지현 공주
“지현아, 인사해야지!” 지현이는 전혀 다른 곳을 보며 수줍은 듯 한 손 주먹을 흔듭니다. 반갑다는 인사랍니다. 그리곤 고개를 혼자서 끄덕입니다. 기분이 좋다는 뜻이랍니다.
지현이(가명, 여, 19세)는 할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현이는 다운증후군에 청각 언어 장애를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몇 마디 나누어보려 해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지현이는 수화조차 힘들어 세상에서 굳게 닫힌 몇 겹의 방안에 사는 듯 보입니다.
공주로 불리는 지현이는 처음 만난 날 수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그 미소 속에는 남모를 아픔이 있었습니다. 지현이의 입 안에는 치아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땐 항상 가위가 필요합니다. 씹지 않아도 될 만큼 잘게 잘라야만 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물을 씹는 방법도 모르고, 잘게 자른 음식을 입안에서 몇 번 오물거리다 넘기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지현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할머니는 제대로 먹지 못하는 지현이에게 틀니라도 마련해주려 하십니다. 그러나 지현이에게는 틀니를 제작하는 과정조차 힘이 듭니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안되지만 혼자서 기분이 좋으면 고개를 끄떡이며 움직이는 바람에 혹시 기도가 막히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게다가 위험을 감수한 채 틀니를 하게 되더라도 임시틀니를 먼저 한 후 정식 틀니를 해야 하기에 두 배의 비용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틀니를 해도 정상적으로 치아가 맞지 않게 되면 추가로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할머니는 오늘도 길에서 폐지를 모으고 계십니다. 손녀들을 돌보는 유일한 생계 수단이지만 지현이의 병원비에 보태보려 더욱 애를 쓰십니다. 그러나 점점 저려오는 허리와 다리는 몇 번이고 주저앉게 만듭니다. 올해 초 기력이 쇠하여진 할머니는 지현이를 생활 시설에 보낼까 고민하셨습니다. 그러나 지현이가 생활 시설로 가면 소년소녀가장 주택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는 지금의 집을 비워야만 하고, 지현이의 동생과 할머니가 기거할 수 있는 곳이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그보다는 지현이를 보내면 그나마 손녀 때문에 견뎌내시는 할머니가 더 걱정되어 기어이 만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지현이는 끊임없이 음식물을 씹는 연습을 하며 틀니를 하게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현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고 행복한 미소를 보여 줄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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