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96호 2011.0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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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회사목국 |
어머니… 저를 용서하세요.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방 안에 쓰레기가 쌓여 있습니다. 온갖 잡동사니와 재활용도 할 수 없는 물건들이 모든 문을 막아 놓았습니다. 막아놓은 문 안에 김애연(가명, 여, 84세) 할머니가 누워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집 안에 사람이 들어오는 지, 나가는 지도 모른 채 그저 가쁜 숨만 몰아쉬시며 잠을 자고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치매와 심장 질환을 앓고 계시며 작은 뇌출혈까지 있는 상태입니다. 한 평생 성당과 집을 오가며 주님을 따를 수 있음에 감사하신 할머니였지만, 이제는 성당에 가는 길도 잊으셨습니다.
아들 태원(가명, 남, 59세)씨는 어머니 곁을 한시도 떠날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길을 잃으시거나 아예 거동을 못하실 때가 많아 태원씨는 늘 끼니를 챙기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태원씨에게는 동생들과 누나가 있지만 각자 살아가는 것이 어려워 큰 도움을 바랄 수 없었습니다. 태원씨는 늘 어머니를 편히 모시기 위한 걱정들을 홀로 해야만 했고 같이 살고 있는 동생 동원(가명, 남, 49세)씨에 대한 걱정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집안의 모든 잡동사니와 쓰레기들은 동원씨가 가져온 것들입니다. 동원씨는 15년 전 뇌막염을 앓은 뒤부터 쓰레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누워계시든 편찮으시든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수집하는 쓰레기들에만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때문에 집안은 항상 엉망이 되었고 어머니의 몸도 더욱 나빠졌습니다. 형 태원씨는 어머니를 모시며 동생이 어질러 놓은 집까지 매일 치워야 했기 때문에 더욱 바쁜 하루를 보내야 했고, 제대로 된 수입이 없어 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태원씨의 걱정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어머니는 잠에서 깨어 기도만을 계속하십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성모 마리아 어머니… 저를 용서하세요. 저는 지금 가면 안 됩니다. 우리 자식들 때문에 안 됩니다.” 편찮으셔도, 기억을 잃으셔도 그저 자식 걱정뿐인 어머니 앞에서 태원씨는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최소한의 생계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가정을 위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김애연 할머니와 아들 동원씨가 온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깨끗한 집에서 다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주보 12월 12일자 '재원아 악수하자'에 소개된 재원(가명)이를 위해 월 생계비를 2년간 지원할 예정입니다. 따뜻한 사랑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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