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9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믿고 따르면서도 정작 똑같은 죄와 똑같은 유혹에 걸려 넘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매일 똑같은 죄를 지으면서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영적 절망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만 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믿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가슴 속에 미움,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그대로 있고, 게으르고 탐욕 부리고 자유보다는 속박을, 진리보다는 어리석음을, 옮음 보다는 거짓을, 성실함 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우선하려 하면서 거듭 거듭 넘어지고 마는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로 하느님의 진리가 나에게 존재 하는가? 내 마음 안에 하느님의 진리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기나 한가? 하느님이라는 분이 나를 왜 붙잡아 주지 않고, 왜 죄 속에서 살게 내버려 두시는가?’ 이러한 생각들이 하나씩 둘씩, 머릿속을 지배하다 보면, 마침내 냉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버린다. 냉담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진리보다 편리와 실용, 남들이야 뭐라든 나만 편하면 되고, 나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방종을 선택하게 되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또 하나의 다른 구속, 다른 멍에에 갇혀 살게 되어 버린다.
냉담의 길에 들어 섰다가 되돌아 온 사람들의 말들을 들어보면, 하느님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진리가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정작 문제가 된 것은 미사에 참례하고, 하느님 말씀을 듣고 읽고 쓰기까지 하면서도 정작 하느님의 말씀을 살아내지 못했던 자기 자신이 문제였다고 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봉사하면서도 번번히 이런 것들이 내가 수고 하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고 내가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문제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김해 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진리가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것이오”라는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는 삶의 기본 방향을 ‘거짓 없음’, ‘꾸밈없음’에 두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으로 다가온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몰골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인정에서 비롯되는 겸손함 속에서 살아가면, 하느님께서는 자유라는 은총을 베푸신다는 말씀으로 다가온다. 자기가 지은 죄가 자기를 속박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무책임하게 대해왔던 이 땅의 현실이 자기를 속박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 없는 성찰과 내가 속해 있는 이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가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첫걸음이라는 말씀으로 다가온다.
그래,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