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7일 사순 제5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세상에는 빛이라는 것이 참 많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빛도 있고, 빛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결국은 죽음이나 허망함으로 내달리게 하는 그런 것들도 있다. 오늘 복음의 핵심 주제어는 « 빛 »이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을 두고, « 세상의 빛 »이라고 말씀하신다. 당신을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게 될 것이라 하신다. 예수께서 우리들에게 빛이신 이유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시기 때문이다.
그 빛을 따라서 살아가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호기심에 그 빛이 어떤 것인가 궁금해서 한번 구경 삼아 예수 보러 성당이나 예배당에 오는 사람들도 있고, 남들이 가니까, 가봐야 되는가 싶어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그렇게 오는 사람들도 있다. 예수를 택해서 예수의 삶의 방식을 따라 사는 게 아니라, 그저 힘든 세상 어떻게 해서든 살기 위해서, 살아 남기 위해서 예수를 택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온 사람들은 대부분 예수의 삶의 방식이 결국은 십자가, 고통, 희생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번지수 잘못 찾은 것으로 여기고 더 이상 성당이나 예배당에 나오지 않고 발길을 끊게 된다. 간혹 그 순간을 잘 극복하고, 진짜 신자로 거듭나는 사람들도 있긴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지금 나와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는 여러분들은 참으로 좋은 몫을 택한 사람들이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 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도 아니요, 하느님으로부터 무슨 좋은 것 하나 얻기 위함도 아니요, 결국 하느님에게 반해서,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 홀딱 반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여러분은 참으로 좋은 몫을 택한 사람들이다.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하느님께 눈도장 찍힌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고달픔 속에서도 항상 나를 지탱해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하느님이 계시기에, 푸른 풀밭이 아니라, 어두운 골짜기일지라도 하느님이 함께 계시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편한 게 좋은 것이고, 많이 가질수록 좋은 것이라는 세상의 논리에 파묻히지 않고,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서 살아가려는 사람들, 여러분이 바로 그런 귀하디 귀한 빛의 사람들이고, 이 귀한 여러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는 나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순간을 지내고 있기에, 나는 참으로 복 받은 사람이다.
오늘 사순 제5주간 월요일 아침, 나는 여러분들 덕분에 또 한번 내가 복 받은 사람임을 깨닫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복이 되어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 주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 은혜로운 시간을 허락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 드리면서, 이 미사를 계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