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31일 사순 제4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서는 데가 바뀌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진다. 같은 사물이나 장소라도 서 있는 위치나 보는 각도에 따라서 각자의 눈에 비치는 사물의 모습은 다르다. 성경읽기도 그렇다. 성목요일이 4월 17일이다. 빠스카 성삼일이 이제 3주 정도 남았다. 우리가 이 3주동안 듣게 되는 복음들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내가 만일 바리사이라면율법학자라면? 복음서들이 증언하는 예수님을 두고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품게 될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갈릴래아 카나에서 두 번째 기적을 행하신 장면을 보도한다. 그 당시 예수님께 앙심을 품고 있던 사람,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왕실 관리의 아들까지도 낫게 해 주었다고? 연줄 하나 제대로 물었네.’ 이러지 않았을까?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들려오던 «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이라는 말씀에 자신의 모든 생을 걸고 그에 합당한 삶을 살려 하셨던 예수님이지만, 그 삶의 종착역은 결국 십자가 상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십자가상의 죽음이 그냥 단번에 일어난 사건은 아니었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예수님이 십자가형을 선고 받은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기적들, 예수님의 말씀들, 예수님의 행적들을 두고 기뻐하고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심지어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를 드리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사람들과는 반대로 서 있는 위치가 달랐던 이들, 바리사이, 사두가이, 율법학자들, 성전 상인들, 헤로데와 그 당원들, 그리고 로마 제국에 더부살이하면서, 매국노짓을 일삼았던 자들은 예수님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다 고소깜 혹은 고발깜이었다.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위해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깃발을 만들고, 윗옷을 벗어 카펫을 만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돌변해 « 죽이시오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 »라는 살해의 욕망을 내뿜었던 것이 아니다. 군중들은 로마 제국의 압제에서 해방을 가져다 줄 메시아, 폭력과 무력을 써서라도 가진 자들과 없는 자들의 차별을 일소해버릴 메시아, 성경에서는 강도요, 폭행범이라고 소개되었지만, 실은 로마제국에 대항하고, 저항했던 유대민족의 레지스탕스 총대장 바라빠’(Barr Abba, 아빠의 아들이라는 뜻)보다 더 강력한 메시아를 기대했었으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않았다. 기대하는 바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망도 커지고, 때로는 실망감을 넘어서서 배신감도 생기고, 기대하는 바대로 해주지 않으면, 죽여버리면 그만 이라는 충동도 생겨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기적들, 행적들, 말씀들이 모든 이들에게 기쁨이요 복음이 될 수는 없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은 우리에게 순진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신앙은 먼저 우리에게 왜 우리의 주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순진무구하게 « 우리 죄를 대신하여 수난하고 죽으니 »라고 노래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죽어가는 아들이 살아났다고 기뻐하며, 온 가족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고 보도하는 오늘 복음이 나에게는 참 무겁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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