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8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사람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사람 자체가 신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신비를, 거룩함을, 신성을 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하느님을 사랑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웃을 향한 사랑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하느님을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으로 만져지는 이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람은 당연히 하느님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가 ? 내 남편 ? 내 아내 ? 내 자녀들 ? 그들은 당연히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가 ? 두말하면 잔소리, 세말하면 입만 아픈 가난하고 버려지는 사람들이다. 지금 이 절망과 대혼돈의 시대에, 수많은 고통이 널브러져 있는 이 시대에, 죽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교차되는, 절망의 절벽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향한 사랑은 관념의 유희가 결코 아니다. 낭만적인 로맨스는 더더욱 아니다. 그들을 향한 사랑은 잘못된 세상, 불의하고, 부정하고,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저항이다. 그저 좋은 음식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호강시켜 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다. 가난하고 힘든 이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가난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도 사랑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려 하는 그들의 서러운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그들을 애써 찾아가는 것도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때로는 아프다. 때로는 힘들다. 때로는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인지상정의 한가운데에 마귀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인지상정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나몰라라 눈길을 돌려 버리는 바로 그 자리에 마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당신의 사도좌 권고, « 복음의 기쁨 Evangelii Gaudium» 24항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 «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는 말과 행동으로 다른 이들의 일상생활에 뛰어들어 그들과 거리를 좁히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자신을 낮추며, 인간의 삶을 끌어 안고, 다른 이들 안에서 고통 받고 계시는 그리스도의 몸을 어루만집니다 ». 하느님을 향한 사랑은 다른 이들 안에서 고통받고 계시는 하느님의 몸을 어루만짐으로써만 가능하다. 사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은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하느님 사랑과 사람 사랑, 이 둘은 따로따로가 아니다. 사람 사랑이 하느님 사랑이요, 하느님 사랑이 사람사랑이다. 동전의 양면이다. 오늘 복음은 믿음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면, 그 믿음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드러난다는 진리를 알려준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