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0일 사순 제2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부자와 라자로 이야기, 그 과정과 결말은 이미 우리가 모두 오늘 복음을 들었으니, 다 알고 있다. 부자는 왜 구원을 받지 못하고 지옥불에 떨어졌을까 ? 그 부자는 라자로에게 자기 대문 앞에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명령하지도 않았고, 자기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라자로가 받아 먹는 것을 못하게 하지도 않았고, 지나가면서 그를 더럽다고 발길로 차거나, 몹쓸 짓을 하지도 않았다. 그 부자의 죄는 이 세상의 고통과 궁핍을 뻔히 보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능력과 권한과 자신이 소유한 재물의 크기와 양만큼, 사람에 대한 책임이 있고, 내가 가진 능력과 권한과 소유의 크기만큼 져야 할 죄의 크기도 크다. 결국 부자의 죄는 무책임과 무관심에 있었다. 

      
나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런 상상을 해본다. 아브라함이 부자의 소원을 들어줘서 라자로를 부자의 아버지 집으로 파견하면, 그 부자의 아버지와 다섯 형제들은 라자로의 말을 들을까? 100% 확신하건대, 절대로 듣지 않을 것이다. 

     
사람 웬만해서는 안 변한다고 말을 한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핵심은 경천애인에 있고, 경천애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며, 그래서 경천애인의 삶은 구원에로 이끄는 삶이라고 제아무리 말을 해도, 그건 그저 네 생각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분명 있다. « 나더러 주님, 주님 한다고 하늘 나라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하늘 나라에 들어간다 »고 제 아무리 가르치고,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이요, 교회의 공식 가르침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그런 거는 모르겠고, 어차피 신앙은 개인적인 것이고, 사적인 것이니, 제 알아서 제 마음 가는 대로 믿으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분이 뭐가 아쉬워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야 했을까 ?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바오로 사도의 서간 2장, 6절에서 8절까지의 « 그분께서는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라는 이 말씀은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말씀이다. 

     
신앙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은 내가 사랑하는 그이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이가 원하는 것은 모르겠고, 내가 알아서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저 내가 알아서,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심보, 일명 똥고집은 구원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오늘 복음의 부자처럼 구원받지 못하고 버림받는 추방으로 귀결된다. 매일마다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라고 입으로는 주절주절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아버지의 뜻은 모르겠고, 내 뜻이나 땅에서 이루어지게 해주소서 »라고 기도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이런 식으로 소위 기도라는 것을 바치느라, 정성을 쏟고, 주어진 시간을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로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 먼저, 하느님 우선의 삶을 살지는 않고, 그저 나는 하느님 믿으며 산다는 사람들, 웬만해서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아브라함은 또다시 «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씀 하실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절대로 안 바뀌는 사람들에게 심판을 내리는 것은 하느님이요, 그 심판을 실행하는 이는 아브라함이니, 쓸데 없이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늘 경천애인의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하라고 넌지시 충고해주는 이정표로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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