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4일 사순 제1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힘만 가질 수 있다면,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면, 무얼 해도 좋다는 세상이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법도, 탈법도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필요악으로 작용해버리는 세상이다. 갑이 되기 위해, 그 어떤 것이라도 내어 바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 ‘갑’이 되려면, 오늘날에는 돈이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권력이 바로 힘의 상징이었다. 돈도 권력에 봉사했고, 권력의 시녀였다. 그러나 적어도 절차적 민주주의가 통용되는 나라들에서는 돈이 권력 위에 존재한다.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말에서 나온 « 권력은 짧고, 금력은 길다. »라는 말이 격언의 자리를 버젓이 차지하고 있다. 아니, 더 나아가 권력도 잡고, 금력까지도 움켜쥐려는 것들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갑과 을이 세상에 함께 있지만, 공존이 아니다. 지배와 피지배, 주인과 종으로 존재한다. 주종관계다. 이러한 주종관계에서는 반드시 배척과 불평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세상에 대해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통탄의 심정으로 당신의 첫번째 사도좌 권고인 복음의 기쁨(Evangelli gaudium) 53항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내용이 좀 길긴 길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속으로 ‘강론 또 길어지겠네’ 그러시겠지만, 교황님께 순명하는 마음으로 들어주시기를 바란다 : « 살인해서는 안된다 »는 계명이 인간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분명한 선을 그어 놓은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는 안된다 »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한 경제는 사람을 죽일 뿐입니다.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뉴스가 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2 포인트 하락한 것은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 이것은 배척을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오늘날 모든 것이 경쟁의 논리와 약육 강식의 법칙을 따릅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힘 있는 사람이 힘 없는 사람을 희생시켜서 살아갑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배척되고 소외되고 맙니다. 그들에게는 일자리도, 희망도, 현실을 벗어날 방법도 없습니다.
인간을 사용하다가 그냥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버리는’ 문화를 만들어 왔고 지금도 그 문화는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착취와 억압 현상과 관련 된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속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사회의 최하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 혹은 아무런 권력도 없는 사람들은 이제 사회 밖에 존재합니다. 사회에 속하지 않는 그들, 배척당한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쫓겨난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 여러분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오. » 의로움은 불의, 부정, 불법, 거짓, 중상모략, 불평등, 배척, 매도, 이러한 것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는 데서부터 준비되고, 그 정보들에 대한 분노에서 비로소 첫걸음을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모여서, 개울을 이루고, 개울들이 모여서, 강을 이루고, 강의 물들이 모여서 바닷물이 되듯이, 거룩한 분노, 의로운 분노가 모이고 모여서, 기도가 되고, 기도가 모여서 백성의 염원이 되며, 그 염원이 하늘에 닿고, 모든 백성의 마음을 울릴 때, 세상은 변한다.
침묵하고, 무관심하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불의에 대한 우리의 침묵과 무관심이 결국 불의라는 어두움의 세상을 만들었음을 시인하고, 더 이상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다짐과 불의를 고발하고 폭로하며, 의로움의 길을 걸으려는 실천이야말로 바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의 의로움을 능가하는 우리의 의로움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격려의 말씀으로 오늘 강론을 끝맺고 싶다 :
« 도전들은 극복되기 위해 존재합니다. 현실주의자가 됩시다,그러나 기쁨과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찬 헌신을 잃어버리지 말고 말입니다 ! 복음을 전하는 힘을 도둑 맞도록 내버려 두지 맙시다 ! » (복음의 기쁨 109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