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3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 구하시오, 찾으시오, 문을 두드리시오 ».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찾고, 무엇을 위해서 문을 두드리라는 말인가? 아무것이나 구한다고 하느님이 다 주시지는 않는다. 아무 것이나 찾는다고 하느님이 다 마련해 주시지 않는다. 우리가 구하고, 찾으면, 하느님은 반드시 들어주신다. 그러나 우리의 뜻이나, 우리의 바램이나, 우리의 욕망대로 해 주시지 않는다. 당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 주신다.
기도에 대한 말씀에 이어서, 주님께서는 사랑의 실천법을 알려주신다. 사랑,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인가 ? « 남이 여러분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여러분도 남에게 해주시오 ». 먼저 남에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남이 먼저 나에게 해주면, 그만큼 해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주님의 이 말씀을 실천할 때에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이 말씀은 사랑하는 사이가 평등하고 동등한 관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비교적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이 말씀을 실천하게 할 수는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둘째, 남이 나에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내가 남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다를 때에는 주님의 이 말씀을 주의해서 실천해야 한다.
흔히 사랑이라고 하면,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 남이 여러분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여러분도 남에게 해주는 것 »이 사랑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이는 조건이 붙어 있는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사랑하려는 이들이 원하는 것이 동일할 때에만 이 말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사랑하려는 이가 원하는 것이 다를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를 때에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그에게 해주어야 할까?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때로는 사랑을 가장한 억압이 될 수도 있고, 폭력으로 변질되어 버릴 수도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나는 원하지 않지만, 내가 사랑하고자 하는 이가 원하기에 하는 것, 이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은 아프다. 사랑은 힘들다. 사랑은 희생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를 때엔 지레짐작하지 말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대방은 얼렁뚱땅 넘기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해 줄 줄도 알아야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고, 관계 속에서 나와 타인은 아무리 그 관계가 돈독하다고 해도, 간단한 요구사항들, « 물 좀 갖다 주세요, TV 좀 켜 주세요 » 정도의 것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알겠지만, 그와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 이상,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오늘 복음은 기도든 사랑이든 먼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