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운 아버지

오늘 복음은 신구약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바로 자비로운 아버지에 대한 비유 말씀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작은아들이 아버지 재산 가운데 자신의 몫을 챙겨서 방탕한 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몫이 바닥이 나자, 돼지 치는 일을 하게 되고,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자 염치불구하고 아버지께로 돌아갑니다. 아버지는 그 아들을 전혀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잃었던 아들을 되찾았다고 여기며 큰 잔치를 베풀어 줍니다. 그러나 아버지 곁에 있었던 큰아들은 동생도 못마땅했지만, 그 동생을 너무나 기쁘게 맞이해주시는 아버지도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동생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잃었다가 다시 찾았다고 하시며 함께 기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은 어떤 신학자나 철학자보다도 더 명확하게, 어떤 설교나 강의보다도 더 감동적으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의 자비가 얼마나 넓고도 크신지를 보여줍니다.

먼저 작은아들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이 어떠한지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는 아버지의 재산 가운데 자기 몫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탕진하고 나서야 제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이 입고 있는 모든 옷을 벗고 나서야,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을 벗고 나서야 초라한 자기 모습을 발견합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기 죽음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나서야,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고, 아버지를 하느님을 향해 돌아서고 매달립니다.

큰아들의 모습 역시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복음은 큰아들이 화가 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큰아들의 화는 아버지를 향해 쏟아부어 집니다. 그는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성실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동생보다 아버지께 더 많이 인정받고 더 많이 사랑받고자 했습니다. 그는 아버지 재산 가운데 자기 몫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에 대해서는 자기 몫을 요구한 셈입니다. 시기와 질투,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역시 큰아들의 마음을 흐리게 만듭니다. 큰아들은 언제나 아버지 곁에 있었지만, 실상은 작은아들처럼 아버지를 향해 가는 길을 잃어버린 셈입니다.

두 아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아버지께로 향하는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두 아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우리의 모습을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두 아들 모두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고, 두 아들 모두를 아버지의 잔치로 데려옵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이 잔치에 함께 하여 즐기고 기뻐하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이 잔치에 참여하기를 언제나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의 얼굴을 다시 되돌아 보고, 동시에 분노에 더디시고 자비와 사랑이 충만하신 아버지의 마음에 의탁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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