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63호 2025. 3. 30. 
글쓴이 박시현 가브리엘라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전포성당 ・ 『함께』 편집위원
 
   17세기 스페인 세비야의 거장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는 바로크 미술의 화려함과 극적인 표현보다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그는 귀족 초상화뿐 아니라 종교화, 풍속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특히 세비야 빈민들의 삶과 신앙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에는 신앙심과 함께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자비가 깃들어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돌아온 탕자(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는 이러한 그의 예술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돌아온 탕자>는 루카 복음서 15장의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화폭에 옮긴 작품이다. 탕자가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꼴이 되어 돌아오는 장면을, 무리요는 극적인 연출 없이 차분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늙고 초라해진 탕자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깊은 회개의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는 기쁨과 감격으로 그를 껴안는다. 무리요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집중하여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어두운 배경과 대조되는 아버지와 탕자의 밝은 색채는 그들의 만남이 지닌 희망과 구원의 의미를 더욱 강조한다.
 
   보통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화폭에 담은 그림으로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떠올린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가 탕자의 내면 고뇌와 아버지의 깊은 슬픔과 연민을 어둡고 극적인 빛과 그림자로 표현했다면, 무리요의 작품은 따뜻하고 밝은 색채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용서와 인간 구원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무리요의 <돌아온 탕자>는 탕자의 죄보다 더 큰 아버지의 용서, 단순한 후회가 아닌 하느님께 돌아가는 결단의 표현을 통해 가톨릭 신앙의 핵심 교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관객에게 자신의 죄를 돌아보고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무리요의 <돌아온 탕자>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인간 구원의 희망을 보여주는 영적인 묵상의 대상이다. 아버지의 용서와 탕자의 회개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영적 위로를 선사하며, 회개와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제시한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체험하며, 진정한 회개와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무리요의 <돌아온 탕자>는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영적 성찰을 이끄는 강력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이다.

 
아래 영상을 통해 더 자세한 성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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