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1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천주교 신자가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가 주님의 기도이다. 신자가 되는 순간, 아니, 예비자 교리반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세례 받고 죽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천주교 신자들이 제일 많이 하고, 또 해야 하는 기도가 소위 주모경 그 중에서도 주님의 기도다. 하지만, 주님의 기도를 진정 주님의 제자로서 바친 적은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묵주기도를 하고 아침, 저녁기도를 바치고 하루에도 여러 번씩 이 기도를 바치겠지만, 진정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기를 염원하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는가? 이 기도를 바치는 내 자신이 주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도 않은 채, 이 기도를 바친다면, 결국은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경고하시는 다른 민족 사람들, 빈말을 되풀이해대는 그들처럼 기도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이런 물음을 신자들에게 해보면, 백이면 백, 거의 대부분 옆구리에서 감춰놓은 꿀단지를 쓰윽 꺼내기 시작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산상 설교에서 주님께서 요구하신 것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오늘도 우리들은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를 모시기 위한 준비로 주님의 기도를 바칠 것이다. 주님의 기도는 분명히 제자들에게 주신 기도다. 제자인 척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것도 아니고, 서류상의 제자만이 아니고, 무늬만 신자들에게 주신 그런 기도도 아니다. 참 제자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기도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제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기도다.
주님의 기도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굳이 나누어 볼 수 있다. 후반부는 «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라는 대목부터 시작한다. 일용할 양식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나눌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 죄를 용서해달라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그리고 악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고, 빛나게 하는 것이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는 것이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주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언제나 애매모호한 것으로 남아 있는 ‘아버지의 뜻’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일용할 양식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다 취할 수 있게 하는 것,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잘못한 이가 우리에게 먼저 잘못했다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 그것이 안될 때에 하는 것이 진상 규명, 진실 규명이라는 것,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거짓에 빠지지 않는 것, 악에 저항하는 것, 악에 빠져 있는 이들을 구해내는 것, 이것이 아버지의 뜻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독서와 복음은 기도에 대한 가르침으로 가득 차 있다. 기도의 목적은 내 뜻대로 하느님이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나를 통하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데 있다. 오늘도 우리는 이 미사 중에 주님의 기도를 영성체 전에 바칠 것이다. 오늘 바치는 주님의 기도, 내가 이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바치는 기도인 것처럼 바쳐보면 어떠할까? 대충대충이 아니라 온마음과 온정성이 들어간 기도가 될 것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