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6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내가 창조주라고 한번 상상해보자. 나는 모든 것을 다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모습을 따라 사람을 지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어떤 사람을 지어낼까? 당연히 내 말을 잘 따르고 나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하느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사람이 로봇이 되게끔 창조하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당신의 창조물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까지도 허락하셨다. 아니 더 심지어 하느님은 당신의 창조물이 당신을 배신하고 당신을 죽일 수 있는 자유까지도 허락하셨다.  그리고 그것을 참아 받으셨다. 왜그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 내 말을 착착 알아서 듣고, 내 뜻만 쫓아오는 로보트나 노예를 만드는 일은 사랑이 결코 아니다. 하느님 방식의 사랑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사랑이다. 사실, 자유가 없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라는 달콤한 사탕을 주고는 그에 대한 댓가로, 벌을 내리시고 고통을 내리시고 심판을 내리시는 분이 아니다. 

     
어제부터 우리는 사순시기를 살고 있다. 오늘 제 1독서의 말씀처럼, 우리 앞에도 언제나 행복과 불행십자가와 외면희생과 탐욕소유와 나눔이 펼쳐져 있다. 이제 문제는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다. 부디 나를 사랑하는 분이 원하시는 것을 선택할 줄 알면 우리의 사랑은 이어질 것이고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결국 아버지의 뜻은 모르겠고, 나의 뜻이나 이뤄지게 해달라는 심보이며, 결국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자기만족, 자기도취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빠스카를 온몸으로 살아내는 사순 시기, 날마다 자기 자신을 버리는 사람, 날마다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께서 가셨던 사랑의 길을 예수의 뒤를 따라 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마냥 그리운 때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미당 서정주의 시 ‘푸르른날’에 나오는 그 사람이 그리운 때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해서, 그런 사람을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픔이 쌓이고 쌓이면,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이 쌓이고 쌓이면, 만남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그 기다림의 시간은 참으로 고루하다. 차라리,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그 기다림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지혜로움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그런 사람을 기다리지만 말고,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하며, 나에게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 충고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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