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7일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그리스도인이란 « 그리스도의 사람 »이라는 말이다. «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 »이라는 말이다. « 그리스도의 사람 »이라는 말은 « 하느님의 사람 »이라는 말과 같다. 이 세상의 것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으로 살아가고, 하느님의 것을 위해서 살아가고,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고, 하느님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사람, 하느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사제나 수도자가 신자들로부터 그래도 존경을 받고 사랑을 받는 것은 « 그리스도의 사람 »이라는 신분 때문일 것이다. 사제나 수도자의 신분에서 벗어났을 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히려 손가락질 하고 비웃을 것이다. 왜 그런가? 외적으로 드러난 « 그리스도의 사람 »이라는 위대한 신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번 세례를 받았으면 누구나 다"그리스도의 사람"이요, 영원히 "그리스도의 사람"이다. "그리스도의 사람"이라는 신분은 단순히 사제나 수도자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 신자"라는 이름만 가지고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사랑받고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신분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고 생활해야 한다.
과연 내 생활에서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아, 저 사람은 사제이기 때문에 수도자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어딘가 좀 다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점이 과연 무엇인가 ?
성직자 수도자이기 때문에 평신도보다 더 그리스도다워야 하고 평신도는 성직자 수도자보다 덜 그리스도다워도 괜찮은가? 아니다. 우리는 가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성직자 수도자는 반드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 하고 평신도는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 성직자 수도자는 평신도보다 반드시 모든 면에서 더 거룩해야하고 더 그리스도다워야 하고 평신도는 성직자 수도자 보다 덜 그리스도다워도 된다는 뚱딴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모든 신자는 너나 할 것이 없이 다 "그리스도의 사람"으로서 그리스도다워야 하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그리스도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 소금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되돌리겠소? 여러분은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도록 하시오»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무늬만 사제이고, 무늬만 수도자이고, 무늬만 신자인 체,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소금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과 한숨은 이 세상의 그 어떤 부귀영화보다도 더 값진 것이다. 언젠가 TV 광고에서 산수유 광고를 본 적이 있다. «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말할 방법이 없네? 보여줄 수도 없고 ». 지금의 내 마음이 그러하다. « 사람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말할 방법이 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