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6일 연중 제7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요즈음은 그런 일들이 별로 없지만불과   전만 하더라도단군 동상 훼손 사건들이 마치 유행처럼 일어난 적이 있었다오직 예수만이 인간과 세상의 구원자라는 믿음은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고누구나 가져야  것이다. 또한 무속이나 신천지와 같은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직 예수만이 믿을 바가 되고나머지는  없애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믿지 않는 이들과 다른 종교인들이  무례하기 짝이 없는 것이고그런 생각이 실제 행동으로 드러나는 무모한 폭력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 갈등은 하느님에 대한 오만 불손이다.

     
오로지 자신과 똑같은 방식의 신념(구원관) 가져야만 구원을 받을  있고다른 방식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예외 없이 지옥의 불구덩이로 던져진다고 믿는 사람들과  공간에서 함께 숨쉬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불편하고 곤혹스러운 일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종교 다원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종교 다원 사회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최고의 종교이고다른 종교는 없어져야 한다라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인간의 가치를 폄하하고훼손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 중의 하나인 사도 요한은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보고서는 그가 자기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것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전한다. 요한은 예수께서 가장 사랑한 제자였다. 예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 하였을 때에 요한은 예수님과 동행하였고(루카 9, 28), 야이로의 딸을 살려 주실 때도 동행하였다(마르 5, 37). 게다가 예수께서 성전 파괴를 예고하신 후에 재난이 닥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요한에게 먼저 알려 주셨다(마태 24, 3-14).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번민에 싸여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실 때(마르 14, 33)에도 같이 있을 만큼 요한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함께 총애를 받는 제자였다. 

       
하지만, 요한은 자기 형인 야고보와 함께 예수께 «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 (마르 10, 37)라고 청탁할 정도로 욕심도 당찼던 인물이었다. 훗날 하느님 나라가 들어서면 한 자리를 해야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어느 날, 요한은 자기들과 함께 다니지도 않는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자신들의 스승님의 이름을 팔면서 마귀를 쫓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요한에게 이 일은 자기 밥 그릇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하느님 나라가 들어서면 한 자리를 차지할 꿈을 꾸고 있는데 잘못하다가는 그 한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그 위기감 말이다. 

     
사실, 제자들은 주님을 쫓아 다녔지만 주님처럼 병자들을 잘 고쳐주지도 못하였고, 마귀도 제대로 쫓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주님을 쫓아다니지도 않았던 이상한 사람이 오히려 병자를 고쳐주고, 마귀를 쫓아내고 있다는 소식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일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사람들이 예수님과 동고동락했던 자신들을 신뢰하기 보다는 그들을 신뢰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훗날 하느님 나라가 들어섰을 때 한 자리 해야겠다는 야무진 꿈이 깨어 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그들에게 그러한 일을 하지 말라고 막았던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관심과 관용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요한의 옹졸한 태도에 « 막지 마시오.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소.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오. » 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요한의 배타적인 태도에 대한 거부이며, 마음을 열고, 모든 이를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누군가가 목이 말라서 물 한잔 달라고 할 때, 누군가가 밥을 굶어 밥 한 끼 먹을 수 있게 해달라 할 때, 누군가가 자본의 폭압 아래에서 신음할 때, 누군가가 반생명의 문화 아래에서 죽어갈 때, 누군가가 불의 앞에서 쓰러져 갈 때, 그가 신자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먼저 물을 것인가? 아니면, 먼저 손을 내밀 것인가?  혹시 손 내밀기가 귀찮아서, 도와 주기가 귀찮아서, 그러는 것은 아닌가? 오늘 복음은 나에게 밴댕이 인간으로 살지 말라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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