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4일 연중 제7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하는 일이 잘 안되거나, 경제적으로 삶이 빠듯하게 느껴지고, 삶에 여유로움도 거의 없고, 일상이 피곤의 연속일 때에는, 그가 신자라 할지라도 하느님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사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일단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려고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 다니고, 어떻게 하면, 지금의 이 고통스런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지, 어디 용한 점쟁이라도 없는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사람에게 매달리고, 세상의 논리로 자신이 겪는 어려움,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쳐댄다. 그러다 결국 사방팔방이 막힐 때라야 비로소 마지막으로 열린 곳, 고개 쳐들고, « 하늘 »을 찾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시퍼런 눈을 부릅뜨며, « 나는 이렇게나 힘든데, 하늘은 어찌 이리 청명한가, 나는 이렇게나 죽을 것 같은데, 하늘은 어찌 이리도 무심한가 » 하며, 수 백번, 아니 수 천번 레이저광선을 쏴댄다. 그러다가 또다시 « 살려주소서 »라고 매달린다. 

      
오늘 복음은 벙어리 영이 들린 아들을 둔 아버지를 참된 신앙으로 이끄시는 예수님을 증언한다. 벙어리 영이 들린 아들을 둔 아버지는 아들이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용하다는 사람들 찾아 백방으로 다녔을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도 찾아가 아들을 고쳐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들을 치유해주지 못했다. 희망이라고는 이제 예수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 예수님께 레이저 광선을 쏴대면서도, 자기 아들 고쳐 달라고,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라고 말이다. 아들을 고쳐줄 능력이 없으면, 손도 대지 말고, 얼씬도 하지 말라는 식이다. 

     
이런 식이니, 예수께서 화가 날만도 하실 것 같다: «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오? » 그리고 한 말씀을 덧붙인다 : «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 그제서야 아이의 아버지는 곧바로 «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외친다. 

     
하느님 믿는다면서도, 하느님은 내 삶의 액세서리, 내 삶의 주변부일 뿐, 내 삶의 중심은 아니라는 식의 신앙생활의 전형적인 모습을 우리는 벙어리 영이 들린 아들을 둔 아버지에게서 발견한다. 그나마 그 아버지는 «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달라 »면서, 자신의 믿음이 한없이 초라한 것임을 인정하는 솔직한 사람이요, 겸손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나는 신앙인이라고, 나는 성직자, 수도자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삶 속에서 하느님은 뒷전, 나는 앞전인 경우들이 적잖은 것 같다. 말로는 하느님 믿는다고 하면서도, 실제 삶 속에서는 그분을 내 삶의 중심에 모시기 보다는 내 삶의 변두리, 시간이 남아 돌 때에나 찾는 분, 혹은 마지 못해 사방팔방이 막혀서야 비로소 찾는 분으로 방치해버리는 경우들도 적잖은 것 같다. 오늘 복음의 끄트머리에 나오는 «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는 주님의 말씀에서 기도는 내 삶의 한가운데에 하느님을 모시는 일이요,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죽비로 오늘 복음은 나에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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