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여섯 살

가톨릭부산 2015.10.07 01:51 조회 수 : 12

호수 2017호 2009.10.18 
글쓴이 사회사목국 

높은 계단을 올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단칸방 안을 들여다보니 실내가 바깥보다 더 어둡습니다.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그 방 안에서 할머니(여, 65세)와 선아(가명, 여, 6세), 선우(가명, 남, 4세) 세 식구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남편과 아들 내외, 손자, 손녀까지 함께 살아가던 행복한 시절도 있었다며 사정을 털어놓으셨습니다. 넉넉하진 않았어도 행복했던 시간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번의 사업 실패로 아들은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연락마저 끊겼습니다. 이어 며느리 역시 집을 나갔으며 할아버지는 알코올중독이 심해져 같이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1억 원의 빚과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셨습니다. 세 식구는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이곳저곳을 떠돌아야했고, 다행히 한 수녀님의 도움으로 조그마한 방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비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할머니는 매일 마음이 불안하십니다.

할머니는 아이들을 두고서는 일을 나갈 수 없을뿐더러 심한 천식 때문에 비탈진 언덕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조차 할 수 없어 집에만 머무르고 계십니다. 또한 세 식구의 의료보험료가 밀려있는데다 병원비도 낼 수 없어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 찬바람을 쐬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미 선우의 얼굴에는 누런 콧물자국이 선명했습니다.

생글생글 웃던 선우는 갑자기 할머니의 옷자락을 붙잡았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선우의 말에 할머니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계속되는 선우의 칭얼거림에 어쩔 수 없이 조그만 단지를 꺼내 놓으셨습니다. 집 안에서 소변을 보는 선우 옆에서 할머니는 화장실이 없어 성당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할머니와 아이들은 되도록 물도 마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참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할 아이들은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매일 집 안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할머니 역시 자신의 몸도 추스르기 힘든 상황에서 손자와 손녀를 챙기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할머니와 아이들이 조그마한 방에서라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주보 9월 13일자에 게재된 ‘꿈을 향한 한 걸음’의 주인공 대석(가명)이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목돈을 일시에 지급하기보다 나누어 지급함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매 월 일정금액을 생활비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따뜻한 사랑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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