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9일 연중 제6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눈 뜬 장님이라는 말이 있다. 분명히 눈은 떠 있고, 눈으로 사물을 보기는 하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참으로 안타깝게도 우리들 주변에는, 아니 어쩌면 우리들 중의 어느 누군가는,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이 눈 뜬 장님으로 살아가기도 하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무언가를 볼 때에, 늘 자신의 경험 안에 고정된 시각으로 만사를 바라보기 때문에 정작 그 안에 숨어있는 깊이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기가 보고 싶어하지 않은 것은 보지 않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살아 가면서 남에게 미운 털 박으면서 살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미운 털이 박히기 시작하면, 뭔 짓을 해도 밉다. 며느리나 시어머니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그 며느리나 그 시어머니가 밥을 많이 먹어도 미워 보이고, 밥을 적게 먹어도 미워 보인다. 동료들에게 미운 털 박아 넣기 시작하면, 그 동료가 뭔 말을 해도, 하나하나 꼬투리 잡고 싶은 말들이고, 뭔 일을 해도 성에 차지 않게 된다.
오늘 복음에서 소경이 된 사람의 눈을 뜨게 해주시는 주님께 나는 조용히 이렇게 기도해 본다 : 주님, 제가 박아놓은 미운 털로 인해 어느 누군가를 제가 미워한다면, 그를 다시 볼 수 있게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그가 저에게 잘못을 저질렀고, 저를 힘들게 했고, 아프게 했기에, 저는 그에게 미운 털을 박아 놓았지만, 그가 왜 저에게 잘못을 저질렀고, 저를 힘들게 했고, 아프게 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저에게 마음의 여유를 허락해주십시오. 그가 저에게 아픈 말을, 생채기내는 행동을 했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제가 가질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십시오.
소경을 다시 보게 하신 주님, 누군가에게서 미운 털이 발견되면, 그 미운 털로 말미암아, 그 사람의 다른 부분은 보지 못하고, 오직 그 미운 털에만 초점이 머무는 저의 눈을 다시금 뜨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오늘 제가 들었던 복음이 제 삶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복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기도하게끔 나를 이끌고 있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