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8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생명을 가진 것은 비슷하다. 자식이나, 새끼를 위해서 부모가 희생하는 것도 비슷하다.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새끼를 먹여 살리기 위해, 새끼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굶어 죽거나 생명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그런 동물들도 있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의 결정적인 차이들 가운데 하나가, 사람은 자신의 신념이나, 사상, 혹은 종교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매한 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이들을 위인이라고 부른다. 어린 시절에 적어도 그런 위인들에 대한 전기를 한번 이상은 읽어왔을 것이고,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들을 적어도 한번 이상은 해왔을 것이다. 정직한 사람,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 불의한 것을 못 본체 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이득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두고, 세상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나중에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은 한다. 

      
그런데, 그런 말들을 들으며 자라온 이 나라, 이 땅의 어린이들이 세상의 파렴치함과 세상의 악랄함, 그리고 세상의 비겁함을 그것도 다름 아닌 학교와 집에서부터 « 튀지마라 »« 나대지 마라 ». « 앞에 서지 마라 ». « 네 친구는 반에서 몇등이냐 ? »« 그 친구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이냐 ? » 라는 말들을 들으며 배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바뀐다. 그리고는 대부분 그렇고, 그런 어른이 되어간다. 때로는 찌질이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그 꿈과 희망은 돈 버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 세상이다. « 밥도 못 벌어 먹는 주제에 무슨 노래를 해? 무슨 춤을 춰? 무슨 연극이래? 그런 것들은 딴따라들이야. 수 천명의 연예인들 중에 잘 나가는 애들이 5프로가 되냐 ? 10프로가 되냐 ? 우리 집에 돈이 있어, 빽이 있어 ? 얘가 무슨 음악을 한다고? 무슨 미술을 해? 무슨 운동을 해? 넌, 공부나 해. » 

       
청춘 시절에는 여행도 다니고, 자유도 만끽하고, 연애도 해보라고 어른들은 책임도 못 질 말들을 청춘들에게 해댄다. 그야말로 희망고문이다. « 우리시절에는 안 그랬는데, 요즈음 젊은 것들은 어른도 몰라봐, 세상도 몰라. 뭐 하나 제대로 하려는 것도 없어. » 이런 말들로 이미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가슴에 짱돌 날리는 세상이다. 이런 어른들, 책임 질 줄 모르고, 무엇이 책임인지도 모르고, 무엇이 후세들에게 죄인지도 모르는 그런 무식, 무지 속을 헤매며 살아가는 어른들, 그러면서도, 이렇게 버젓이 살아 있지 않는가 하며, 적반하장, 자신의 삶을 자랑하는 어른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어른들도 있다: « 우리가 참 잘 못 살았다. 옆도 안보고, 아이들이 무얼 좋아하는지, 애들에게 무얼 가르쳐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밥 달라고 하면, 밥 주고, 돈 달라고 하면 돈 주는 식으로 키웠다. 정말로 미안하다, 얘들아. 지금부터라도 너희들과 함께 머리 싸매고, 좀더 좋은 세상 만들어 보자꾸나 ». 이렇게 말하는 어른이 참 드물다.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어른이야말로 이 시대의 훌륭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누룩,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 하신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예수께서는 이 누룩을 경계하라 하실까? 이 누룩들은 삶의 외적인 배경을 좀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나 하나 돈 좀 더 만지고, 나 하나, 좀 더 윗자리에 빨리 오르기 위해서, 내 앞에 놓여질 수 있는 좀 더 손쉬운 방법들, 일상화된 악의 조각들, 아주 달콤해 보이고, 부드러워 보이는 유혹의 손짓들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바리사이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거부하면서, 진리와 진실을 찾고, 불의에 항거하고, 정의를 부르짖고, 평등을 이야기하고, 자유를 노래하는 일은 적어도 지금의 이 나라, 이 땅에서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뭐가 똥이고, 뭐가 된장인지도 모를 세상이다. 누가 그렇게 다 섞어 버렸는가? 일제시대의 왜놈들? 그 왜놈들에게 아부하고, 짜웅해대던 것들? 대한민국 의 모든 대통령들과 정치인들?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나라의 국민에게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불의한 것에 침묵하고, 잘못된 것에 나 몰라라 하고, 잘못된 제도, 법에도, « 누울 자리 보고 누워야지 »하는 말로 그 제도와 법들에 스스로 자발적인 복종을 해온 이 땅의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 «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시오 »라는 이 말씀이 자꾸만 귓전에 울린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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