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4일 금요일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은 어제 복음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예수께서는 티로와 시돈, 곧 이방인 지역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구원이 온 세상 모든 이들을 향해 열려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당신 삶의 자리였던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와서는 귀먹은 반벙어리를 치유하셨다. 

        
잠시 당신의 삶의 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당신의 삶의 자리로 돌아 오신 짧은 여행을 통해서, 예수께서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구원의 참된 모습을 깨닫게 되는 획기적인 사건을 겪게 되었다. 옹졸함에서 열린 마음으로 변화되어서 삶의 자리로 되돌아온 예수께 사람들은 귀먹은 반벙어리를 데리고 왔다. 그 사람에게 손을 얹어 달라고 사람들은 예수께 청했다. 손을 얹는 행위는 « 안수 »다. 안수는 치유행위이고, 우리는 복음서 곳곳에서 예수께서 안수를 통해 병자들을 치유하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 반벙어리를 안수로 치유하지 않으시고, «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 손가락을 그 사람의 귓속에 넣고, 침을 발라서 그의 혀에 대신 후,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 그에게 « 에파타 »라고 말씀하시면서 치유를 하신다. 이러한 치유는 마르코 복음서 전체에서 유독 오늘 복음에만 나오는 독특하면서도 별난 치유방법이다. 

       
반벙어리에게 다가가서는 그를 따로 데리고 나가고, 그에게 손만 얹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픈 곳을 손수 만지기까지 하는 예수님의 행동들은 티로와 시돈에서 예수께서 겪었던 옹졸함에서 열림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께서 «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에파타 »하고 말씀하셨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런데, 이러한 치유의 과정에서 왜 예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셨을까 ? 이 물음에 대해서 복음 사가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마도 이런 이유였을 거라고 혼자 묵상해보았다.

       
사람이 하늘을 우러러 볼 때에는 보통 사방 팔방이 막혔을 때, 인간적인 노력이 소용이 없을 때이다. 복음서에서는 예수께서 하늘을 우러러 보셨다는 표현이 적잖게 나오는데, 이 표현은 모두 예수께서 하늘에 계신 아빠,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할 때였다. 예수께서 하늘을 우러러 보신다는 것은 하늘의 도우심을 청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보는 예수의 이 동작에 땅이 하늘을 향해 열리고, 하늘이 땅을 향해 열린다. 하늘과 땅이 서로를 향해 열리면서 소통이 이루어진다. 이 소통의 결과물이 귀먹은 반벙어리의 치유로 드러난다. 

     
이사야서 35, 5-6에는 이런 말씀이 나온다 «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 » 귀먹은 반벙어리를 치유하시는 예수를 보고, 사람들은 놀랐고, 감탄했다고 마르코 복음사가는 전한다. 어쩌면, 치유하시는 예수를 보고, 그들은 이사야의 예언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소통의 진정한 의미, 소통을 위한 자세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예수님을 증언한다. 소통은 한쪽의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 있던 귀먹은 반벙어리의 마음을 헤아려 그를 군중들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는 예수님, 그저 손만 얹어주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고, 당신의 침을 발라서 그의 혀까지 만지는 예수님,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보는 예수님을 증언한다.

 나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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