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2일 연중 제5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대한민국의 법에 따르면, 남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남을 해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것은 죄다. 그렇지만,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베풀지 않는다고 해서,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라고 하지는 않는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면 된다.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는 이를 방관하지 않고, 잠시 도와준다거나, 잘못을 저지르는 이를 나 몰라라 하지 않는 정도의 관심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양심의 법과 하느님의 법은 다르다. 사랑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것이 죄가 되고, 도와줄 수 있었음에도 도와주지 않은 것이 죄가 되며, 베풀 수 있었음에도 베풀지 않은 것이 죄가 된다. 용서할 수 있었음에도 용서하지 않는 것 역시 죄가 된다.
오늘 복음 말씀은 어제 복음 말씀과 바로 연결된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율법과 계명의 정신은 잊은 채, 율법과 계명의 실천 사항들만 고집하는 바리사이들을 비판하셨다. 오늘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내면 안에 존재하고 있는 죄로 기우는 본성, 곧 죄성罪性을 일깨운다.
선의를 베풀고, 사랑을 베풀 수 있었음에도, 귀찮아서, 내 시간과 내 돈과 내 열정을 남에게 뺏길까 봐 그렇게 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죄성이다. 내 자리를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은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는 마음, 그것이 죄성이다. 죄성은 어떤 음식을 섭취하면 자라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밖에서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정신적 윤리적 생활의 자리인 마음에 들어가지 못하고 단지 뱃속으로 들어가 소화가 되고, 이어 배설될 뿐이다. 과식을 해서 건강을 해치는 죄를 지을 수는 있어도 음식 자체에 선-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의 본성이 인간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고 가르친다. 그 본성은 어떤 음식을 섭취하면 강화되거나 늘어나고, 어떤 음식을 섭취하면 약화되거나 축소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이 그 본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죄성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음식을 섭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규칙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아무리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먹으면, 모자라게 먹는 것만 못하다. 음식이 사람을 죄짓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식탐이 사람을 죄짓게 하는 것이다. 식탐은 사람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 있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죄성을 아예 없애 버리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오히려 그 죄성을 잘 다스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악이 아닌 선을 선택하는 삶, 그 삶이 때때로 편함보다는 불편함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때때로 쉬움보다는 어려움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러한 선택의 삶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악이 아닌 선을 추구하는 삶, 그 삶은 하느님과 가까이 하고자 하는 신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신앙을 키우기 위해, 좀더 기도를 열심히 하고, 좀더 묵상을 진지하게 하고, 좀더 미사에 자주, 많이 참례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나의 삶의 자리에서 악보다는 선을 선택하려고 애쓰는 것도 참으로 좋은 일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 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