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가톨릭부산 2025.02.12 09:48 조회 수 : 17

호수 2857호 2025. 2. 16 
글쓴이 사회사목국 
비에도 지지 않고

 
사회사목국(051-516-0815)
 
   “평생 남을 도왔으면 도왔지, 도움을 받으려고 한 적은 없었어요.” 복지관에서 마련한 식사 자리에 참석하는 데도 미안함을 느꼈다는 미선 씨(77세)가 고개를 떨구며 말합니다. 열여섯 살에 고향을 떠나온 그녀는 이처럼 혼자 힘으로 사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20대에 결혼한 적이 있어요. 아들도 낳았죠. 그런데 남편이 다른 여자한테 가더라고요. 아이도 데리고요.” 그렇게 30대 초반에 다시 혼자가 된 그녀는 가리지 않고 일하며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왔습니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무리할 때도 많았지만 비교적 튼튼한 몸으로 큰 욕심 없이 살아왔던 미선 씨. 그녀는 40년 가까이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자식 같은 농작물을 기르느라 화장실도 없는, 추위와 더위를 오롯이 견뎌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지내온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그저 열심히 살던 그녀에게 자궁경부암이라는 무거운 병이 찾아왔습니다. 또한 뇌출혈, 협심증, 척추관협착증, 고혈압, 치아 소실, 관절염 등 여러 질병으로 평생 쓴 몸은 여기저기서 소리 없이 아우성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항암 치료로 일하기가 어려워 비닐하우스 연세 300만 원을 3년째 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왔기에 그동안은 주인이 사정을 봐주었지만, 이제는 비워줘야 합니다. 농사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느라 생긴 대출금도 있습니다. 밀린 연세와 대출금, 항암 치료비를 비롯한 각종 의료비를 유일한 수입인 노령연금으로만 충당하려다 보니 끼니를 챙기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전 혼자니까 딱한 사정이 있다는 사람이 있으면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하기도 했어요. 저야 제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썼지만 도움이 필요하단 사람이 있으면 흔쾌히 도와주면서 지냈죠.” 그러다 보니 사람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정작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게 되자 금전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는 미선 씨. 몸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평생 옳다고 생각했던 ‘남에게 도움을 주되 받으려 하진 말자.’라는 가치관이 현실 때문에 흔들리자, 마음이 더 아프다며 눈물짓습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바보 같아 보일지도 모를 그녀가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후회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준 사랑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예수님의 사람인 저희가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미선 씨께도 여러분께도 행복으로 돌아갈 그 사랑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신협 131-016-582122 
부산 101-2017-02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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