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57호 2025. 2. 16 
글쓴이 최경련 소화데레사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물금성당 · 2024년도 교구대표교사

 
   2005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청소년분과장님의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겁도 없이 “한번 해볼게요.”라고 대답을 하고 중3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자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부모님께 하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서로 단합도 잘 되어 성당 안과 밖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교리교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계속 떠올라 어느 날은 괜히 교사실 앞에서 얼쩡거려도 보고 토요일 미사에 참례하기도 했다.
 
   언제든 교리교사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늘 가지고 살다가 다시 교리교사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때 교리교사란 아버지의 부르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를 다시 불러주심에 감사하며, 또 ‘봉사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청하면서 기쁘게 교리교사 활동을 했다.
 
   그런데 2019년,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고통이 닥쳤다. 28살이었던 큰딸 실비아가 희귀 질환으로 인해 30대 후반에는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하느님을 원망하고 자책도 했지만, 주일학교 전례와 중고등부를 혼자 맡고 있던 나는 아이들을, 그리고 하느님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분께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기도하다 보니 하느님께서는 어느덧 내 마음에 실비아가 걷지 못할 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 주셨다. 그리고 이러한 ‘기도’와 ‘감사’의 힘은 힘든 코로나 시기를 지냈음에도 다시 주일학교가 똘똘 뭉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께서는 선생님들 덕분에 주일학교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감사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신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교만하지 않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셨으니, 내가 할 일은 그분의 사랑을 믿고 또 그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일 테다. 오늘도 나처럼 때로 고민하고 때로 흔들리겠지만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 기쁘게 빛나고 있을 모든 ‘천국의 별’들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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