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1일 연중 제5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이 나라, 이 땅 대한민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에 사람의 숨통을 옥죄는 것들이 참 많다. 출세를 하려면, 제대로 공부하려면, 제대로 정치하려면, 제대로 문화를 누리려면, 제대로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제대로 병원 시설을 이용하려면, 서울로 몰려들 수 밖에 없지 않는가? 그러나 과연 서울이 최고인가? 대한민국 돈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다 몰려 있고,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서울에 다 몰려 있다고, 대통령이 살고 있다고, 추기경이 계신다고, 거기가 최고인가?
오늘 복음은 지방과 서울이라는 이분법을 깨뜨리는 예수님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드디어 예루살렘에까지 퍼진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루살렘으로부터 파견되어 예수님을 감시하러 온다. 이들은 « 개천에서 용났다 »는 소문을 듣고, 그 용이 어떤 용인지 알아 볼 심산에 북쪽 변방인 갈릴래아로 온 것이었다. 그들이 갈릴래아로 와서 본 것은 그들이 그토록이나 중시하던 율법의 완성인 사랑이요, 율법이 일구어내고자 하고, 지향하는 « 하느님의 사람 »의 전형典刑이다.
인간의 몸뚱아리가 놓여있는 자리가 어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인간의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 서울에서 살면, 지방보다 보는 것도 더 많고, 배우는 곳도 더 많고, 돈도 더 많고, 인프라도 더 잘 구축되어 있어서, 적어도 교육이나, 문화의 면에서 본다면, 사람 됨됨이가 더 뛰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지방보다 많다. 그러나 진정한 사람 됨됨이는 인간의 몸뚱아리가 놓여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고, 어떤 인간이 될 것이라는 방향이 설정되고 나서, 그 방향을 향해 땀 흘리며 노력하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하늘이 열리고, 하늘이 응답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를 예수이게끔 하는 것,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명이었다. 서울이라고 하느님의 말씀을 더 쉽게 듣고, 지방이라고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은 결국 진리를 추구하고 진리를 살아 냄으로써 극복 가능하다. 내가 사는 동네가 어디이고, 내가 사는 집이 몇 평이고, 내가 어떤 차를 몰고, 내가 얼마의 연봉을 받고 살고, 내가 어떤 유명하고 잘 나가는 사람과 어울리며 살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으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 실천에는 서울 따로, 지방 따로가 없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