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9일 연중 제5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바쁜 게 좋다고 하지만, 바쁘게만 살다 보면, 몸도 피곤해지고, 마음도 피폐해진다. 그리고 휴일이 되어도 피로에 지친 몸을 쉬게 하는 데에 제일 먼저 신경을 쓴다. 몸의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리고 나서야 비로소 휴일을 제대로 누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휴일을 잘 누린다는 것은 잘 쉴 수 있다는 것이고, 잘 쉴 수 있다는 것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이나,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는 말이겠다.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자기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게 되고, 자기가 한 일들을 되돌아 보게 되는 셈이다. 오늘 연중 제 5주일 복음은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말씀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오늘 복음의 등장인물들 가운데, 나는 유독 베드로에게 시선이 간다. 그물질에 평생을 바쳤을 베드로, 고기를 많이 낚을 때도 있었고, 적게 낚을 때도 있었지만, “이것이 내 업”이려니 하면서 살아왔던 그 베드로 말이다. 어느 날, 베드로는 밤새 그물질을 했지만,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했다.
밤새 허탕만 친 베드로는 오늘날 대부분의 부모들을 대변하는 것 같다. 금 수저 입에 물고 태어나게 되는 축복(?)도 받지 못한 채, 그저 삼시 세끼 배부르게 먹고, 내 집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었던, 지금의 60대, 70대의 부모님들 말이다. 밤새 그물을 던지고, 다시 건져 내기를 반복했던 베드로처럼, 청춘 시절 내내, 잠시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그저 열심히 그물질해 온 분들 말이다.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이제 좀 살만해 졌다고, 이제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막 생각하던 찰나, 어느 날 신문이 잘 보이지 않고, 눈이 침침해진다. 억새꽃처럼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 가는 흰 머리에, 낯설어 보이는 푸석푸석한 얼굴이 거울에 비친다. 내 자신보다 더 애지중지했던 자녀들이 이제는 돈 필요할 때가 아니고는 통 연락도 없고, 가속이 붙은 인생의 수레바퀴는 왜 이리도 빨리 돌아가는지, 갑자기 가슴이 시리고, 만사가 서글퍼지는 순간들이 자주 나를 엄습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게 인생인가?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이라는 것이 다 뭐란 말인가?” 이 물음을 오늘 복음의 말씀대로 고쳐 본다면, 바로 베드로 사도의 푸념이 아닐까 싶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애써 마련한 소중한 집이 갑자기 빈 둥지처럼 느껴지고, 나의 분신인 자녀들마저 멀리만 느껴지고, 값나가는 옷들이나, 물건들, 보석, 장신구들이 참으로 초라해 보이는 때를 겪어 보신 분들, 혹은 지금 겪고 있는 분들, 가진 것은 많은 데, 마음은 허해지고, 배는 부른데, 가슴이 고픈 분들, 이런 분들 역시,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라는 베드로의 푸념이 결국 자신의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배는 부른데, 가슴이 고파서 성당을 찾고, 예배당을 찾은 분들에게 오늘, 예수님께서는 가슴을 부르게 하는 해결책을 내놓으신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시오”라고 말이다. “깊은 데”로 가라고 하신다. 베드로에게 낯익은 곳, 베드로가 눈 감고도 일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친숙한 곳이 얕은 곳이었다면, 깊은 데란 베드로에게 낯선 곳, 베드로가 가보지 않은 곳일 것이다. 배는 부르지만, 가슴이 고픈 이들에게 깊은 데란 어디일까? 많이 갖기 보다는 베풀고,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기 보다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돌보고, 이익을 찾기보다는 보람과 의미를 찾는데 힘쓰고, 큰 소리치며 나서기보다는 침묵 중에 귀 기울이고, 겉으로 드러내는 활동보다는 기도에 더욱 힘쓰는 곳이 아닐까?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나 중심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삶의 자세를 전환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깊은 데로 가라는 말씀은 “사람이 음식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이 진리를 깨닫고, 이 진리를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깊은 데로 가는 삶을 살다 보면, 삶의 공허함을 채우고도 남을 보람과 기쁨과 희망이라는 큰 고기가 그물이 터지도록 잡힐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베드로와 베드로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아가라 은근히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