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7일 연중 제4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품은 마음의 중심을 줏대라고 한다. 늘 남의 눈치 보며 사는 사람을 두고, 줏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땀 흘려 일해보고, 때로는 눈물도 쏟아 내면서 무언가를 성취해 보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줏대가 없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이거나, 부정하거나 불의한 방법으로 현재의 자기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 혹은 무임승차로 살아온 사람들은 대개 줏대가 없는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늘 꾸중만 듣고, 늘 핀잔과 잔소리만 들어 왔던 사람들, 그래서 자존감이 대개 낮은 사람들 중에도 줏대가 없는 사람들이 참 많다. 줏대가 없는 사람들은 남들 눈치를 보고, 대세를 따르려고 하고, 시류에 편승하려고 한다. 그리고 쓸데 없는 자존심 지키느라 때로는 자신에게 정작 소중한 것을 잃고 마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러한 줏대 없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중의 하나가 귀가 얇고, 자기가 져야 할 책임을 남들에게 전가시킨다는 것이다.
줏대 없는 사람이 권력의 자리에 앉게 되면, 그 백성의 삶은 피곤해진다. 줏대 없는 사람이 권력의 최상위층에 자리를 잡으면, 그 백성의 삶은 눈물 바다다. 대세라는 것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시류에 편승하지 못한다고, 백성을 나무라고, 꾸짖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백성의 삶은 피곤해진다. 권력의 자리에 앉은 줏대 없는 사람은 백성이 그렇게 못한다고, 자기 수하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못한다고, 늘 불평이다.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쓴 소리, 바른 소리 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런 소리가 아예 나오지 못하도록, 계엄도 불사한다.
자기는 잘 한다고 백방을 노력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아서, 주변 여건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자기가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합리화에는 아주 능숙하게 대처한다. 그런 이들은 기준에 따라서 달리 보이는 통계표에 나오는 숫자들에 연연해 한다. “숫자를 보라!!! 내가 이만큼이나 했다!!! 숫자를 보라!!! 내가 지난 정권 때보다 못한 게 뭐가 있느냐? 숫자를 보라!!! 지지율은 계속 오르지 않느냐” 라고 버젓이 자랑한다.
이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딴 세상이야기도 아니다. 지난 3년간 이 나라 이 땅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들을 간단하게 말한 것이다. 그리고 2000년 전에 ‘유다’라는 나라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이 지구 상에서 나온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베스트 셀러인 성경이 증언하고 있는 이야기다.
헤로데가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어 오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어느 누구도 바른 소리, 쓴소리 낸 사람이 없었다. 하긴 ‘어느 안전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릴 수 있었겠나. 그러나 헤로데의 잔치에 초대받았던 이들은 헤로데의 일 처리 방식에 침묵으로 동조했던 이들이다. 오늘 복음이 행간에서 폭로하는 이들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이익을 논하는 자리에서 모든 것을 경제적인 이익으로만 바라 보는 지도자들과 수구 언론들, 그들을 위한 잔치에 동원된 무지한 백성들, 그리고 수많은 ‘나 몰라라, 나와는 상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을 고발하고, 폭로한다. 오늘 복음의 고발 대상과 폭로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제외되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인가? 부끄러운 일인 것이다.
오늘 복음은 이 나라,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정말 올바른 길을 걷지 아니하면, 이 부끄러움이 나에게서만 끝나지 아니하고, 나의 후손들에게도 미칠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두 주먹 불끈 쥐고, ‘올바로 살아야겠다, 줏대 없이 살아서는 안되겠다, 눈치 보며 살아서는 안되겠다,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힘들어도 하느님의 길을 걸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