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일(다해) 강론 – 부르심 받은 자
주임신부 2025. 2. 9, 덕계성당
지난 1월에는 각 교구마다 사제, 부제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서품식에 참례하게 되면 참 은혜롭습니다. 새 사제와 부제를 위한 기도뿐만 아니라, 저 자신의 서품 때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1988년 2월 6일은 제가 사제 서품을 받은 날입니다. 그러니, 바로 오늘은 제가 사제가 된 지 만 37년하고 3일째가 되겠습니다.
이즈음, 저는 사제는 어떤 존재인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사제의 존재에 대해서는 많은 가르침이 있고 또한 신자분들께서 바라시는 바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사제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됨은 힘들 것입니다. 다양한 신자분들의 그 많은 바람들에 모두 맞추는 사제로서 머물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제 생각으로서는, 어느 한 가지만이라도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서 꾸준히 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나 보고있습니다.
서품식의 시작 부분에 있는 ‘본기도’의 내용은 사제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례 주교는 이렇게 기도를 바칩니다. “하느님께서 뽑으신 이 종들이 제대에서 정성껏 봉사하며, 굳건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게 하소서.” 이 기도의 내용은 세 가지를 말하는데, 첫째는 하느님께서 뽑으셨다는 것, 둘째는 제대에서 정성껏 봉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셋째는 굳건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저를 비롯한 사제들은 그리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신자분들께서도 사제에 대하여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길 바라시거나, 자신의 마음에 들길 바라시기 이전에, 소개해 드린 서품식 때의 ‘본기도’ 내용 안에서 사제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발견하고, 사제들이 그리되길 바래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남겨 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어부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서 부르시고 그들을 제자로 선택하시는 내용이 나옵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루카 5,11) 그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들은 ‘조금 버리고’가 아니라 ‘모든 것을 버렸다’라고 합니다.
강론의 앞부분에서 저는 ‘사제’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오늘 복음 말씀은 사제를 비롯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뽑아 선택하시고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 자리의 우리 모두 또한 ‘사람 낚는 어부’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이들로서, 제대에서 정성껏 봉사해야 하는 자, 달리 말해 미사를 중심으로 모여 그 미사에 진정 동참하는 이들이 되어야 하겠고, 굳건하고 온유한 마음을 추구하는 가운데 세상 안에서 기쁜 소식을 선포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으신 여러분, 우리가 부르심을 받은 자답게 머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가 비록 ‘모든 것’을 버릴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더 버릴 수 있길, 나아가 가능하다면 ‘많은 것’을 버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내어놓고서, 주어진 하루하루를 맞이하며 주님을 향하여 힘차게 그리고 뚜벅뚜벅 나아가길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