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부산성모병원 원목실
부산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의 영적돌봄가로서 오늘도 어김없이 기도로 하루를 연다. ‘주님 병자들을 위해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어떻게 할까요?’ 떨리는 간절함으로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아픈 이들을 만난다.
병동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끔 나지막이 나에게 묻곤 한다. 아주 조심스레... “저~기... 수녀님 이곳에 오면 한... 얼마 정도 있다 죽게 되나요?”,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렸지요. 어떤 분은 한 2~3일 생각하고 오시지만 대세를 받고, 과거 삶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결심으로 매일을 산다고 고백하시며, 입원한 지 두 달이 지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가셔서 세례성사까지 받고 재입원하여 지금도 잘 견디고 계십니다.” 하니 질문한 보호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렇듯 마음먹기에 많은 것이 좌우되고 있는 생사의 갈림길 현장에 나는 서 있다.
이곳은 죽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암이라는 병을 통해 삶을 완성하는 곳, 죽음을 향해 온전히 달려가는 희망의 공간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먼저 출발하는 희망의 학교이다.
며칠 전 임종실에서 극진한 돌봄을 받으시고 평안히 눈을 감으신 환자와 이별의 마음을 달래는 나에게 사위 되시는 분께서 “수녀님 늘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면서 힘들지 않으세요?”라며 의아해하길래 “이렇게 곱고 평안히 가시는 모습이 참 아름답지요. 마지막 임종에 저희가 함께 동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라고 하니 모여 있던 가족 모두는 진심으로 감사했노라며 흐느끼는 눈물로 고마움을 표현하셨다.
호스피스 완화병동은 기쁨과 슬픔, 아픔과 고통을 배우기 위해 입학하는 희망학교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죽음도 행복한 축복임을 깨닫고 배우는 희망학교이다.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행복도 배우고 나누는 희망학교, 희망바다에서 삶의 완성을 향한 희망의 돛을 올리도록 하자.
우리 삶이 근본적으로 선물임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자유가 은총임을 깨달을 때 희망에 찬 벅찬 기쁨으로 내일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된다.
항암 후유증과 함께 무력감, 깊은 절망감과 우울감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 환우들과 가족들을 만나면서 나는 온 마음으로 환대하고, 위안을 드린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집니다.”(2코린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