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4일 연중 제4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에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함께 나온다. 하나는 12년 동안 하혈병을 앓던 여인이 치유받는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죽은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소생하는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치유의 기적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두 사건에서 중심을 이루는 테마는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혈병을 앓던 여인 사건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한 인간을 축복하시는 하느님을 드러내는 사건이고, 야이로의 딸을 소생시킨 사건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주시려는 하느님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오늘 복음에는 주인공이 셋 등장한다. 죽어가는 딸아이를 가진 아버지, 12년 동안이나 하혈병을 앓던 한 여인, 그리고 예수님이다. 죽어가는 딸 아이를 위해서 오늘날로 치면본당회장과도 같은 회당장 야이로라는 사람은 자신의 신분도자신의 명예도 잊은 채 예수를 찾아간다. 그리고 예수에게 애걸 복구한다: «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제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쳐 살려 주십시오. » 그의 말을 듣고, 예수께서는 그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서로 밀쳐 대며 따라간다. 

     
군중 속에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병으로 앓고 있던 여인이 있었다의료비로 전 재산을 다 써도 아무런 효험도 없었고오히려 병세가 더욱 심해진 여인은 예수의 옷만 만져도 구원되리라고 믿고 예수 뒤에서 그분의 옷을 만졌다그러자 곧 그 부인의 병이 나았다바로 그 순간,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그 여인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예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린다. 그 여인이 사람들 앞에 나와 예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예수께서는 « 부인,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살렸습니다. 병이 완전히 나았으니 안심하고 가시오 »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예수께서 12년간 하혈병을 앓던 그 여인을 치유해주던  시간에 야이로의 딸은 죽어 버린다. 그러자, 사람들이 예수에게 이렇게 말« 따님이 죽었습니다그러니 저 선생님께 폐를 더 끼쳐 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 »이 말을 듣고, 예수께서는 회당장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 «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시오 ». 그리고 회당장의 집에 들어가셔서는 « 어찌하여 소란을 피우며 울고 있소 ?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소 »라고 말씀하신다.

      
12년간 하혈병을 앓던 여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그 믿음에 하느님의 아들께서는 치유의 기적으로 응하셨다. 그런데 회당장과 그의 사람들은 회당장의 딸이 죽어버리자, 포기해 버렸다. 우리나라 속담에 죽은 자식 고추 만지고 있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는데 미련을 갖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자식놈이 죽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회당장 주변의 사람들이 아무리 회당장에게 « 당신 딸이 죽었소 »라고 해도, 회당장만큼은 « 우리 딸이 죽을 리가 없어 »라고 했어야 했다. 다른 사람은 다 포기해도, 딸아이의 부모만큼은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도 자신의 주변의 사람들의 부추김에 결국 포기해버렸다. 이에, 예수께서는 «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시오 »라고 응수하시며,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 야이로의 딸을 살려내셨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신다. 사람은 생명을 포기할지 몰라도결코 하느님은 생명을 포기하지 않으신다. 절망하지 않는 하느님,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하느님,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 이런 분이시기에, 우리 역시 그러해야 한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포기는 배추 셀 때에나 쓰는 말임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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