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9일 수요일 설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새로운 마음과 다짐으로 출발했던 2025년 1월 1일, 그런데, 벌써 29일이 지나가고 있다. 여러분은 2025년 한해 365일 중 지난 28일을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강으로 잘 흘려 보내셨는가? 내 마음에는 벌써 미움과 게으름의 먼지가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럴 즈음에, 나에게 다시금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설날이다. 

        
어떻게 보면설날이라고 해도어제와 다를 게 전혀 없는 똑같은 하루이기는 하다. 그러나 날 수 샐 줄 알기를 가르쳐 주신 하느님 덕분에 인간들은 대단히 오래 전부터 날짜의 기준을 정해놓고 한 해를 평안하게 지내기를 소망했다. 어제 섣달 그믐과 오늘 정월 초하루는 해가 뜨고 지는 똑같은 하루이지만 그 의미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하루다. 어제는 묵은해의 꼬리였지만, 오늘은 모든 가능성과 기대와 꿈이, 마치 터져 나오는 석류알과도 같이 가득 찬 새 날, 정월 초하루 설날이다. 

        
우리에게 열린 새로운 한 해는 지난해의 모든 부족과 죄스러움을 기워 갚을 수 있는 속죄의 시간도 될 수 있고, 새로운 계획과 꿈을 실현해 볼 수 있는 희망과 창조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은총의 시간을 허락하신 주님께 깊이 감사 드리면서, 설날인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자. 

       
오늘 우리가 듣는 복음에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니 늘 깨어 기다리고 준비하고 있으라 »는 말씀이 나온다. 그리고 두 개의 간단한 비유도 있다. 첫째 비유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깨어 기다리는 종의 이야기 »이다. 주인이 혼인잔치에 갔는데집에 남아 있는 종들은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종들은 깨어서 주인을 맞이할 충실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결국 이 종들의 깨어있음은 주인에게 큰 기쁨을 느끼게 한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이제 주인은주인과 종이라는 종속적인 관계에서는 상상조차 힘든 놀라운 행동을 취한다. 직접 허리에 띠를 매고’ 종들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준비를 하고서 그들에게 시중을 들어주기까지 한다. 계속 이어지는 두 번째의 짧은 비유도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어떤 집의 가장이 도둑이 들 것을 예상하고 깨어 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는 이야기다. 이 두 비유는 언제나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그리고 언제나 늘 주님을 향해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사실, 영적인 성숙보다는온통 세상의 소리에만 몰두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주님이 다가오심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없고깨어 있지도 준비도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주님께서 주시고자 하시는 풍성한 은총도 받지 못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깨어 있음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할 때나밖에 외출 할 일이 있어 준비를 할 때우리는 늘 거울을 보곤 한다. 하루에 거울을 보는 횟수를 세어보지는 않겠지만모든 이들이 거울을 보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다. 나도 미사에 들어가기 전, 늘 거울을 한번 더 보고 사제관을 나선다. 예수께서 오늘 설날에 우리들에게 들려주신 « 깨어 있어라늘 준비하고 있어라 »는 말씀은, 마치 우리가 우리의 외모나 얼굴을 들여다보듯 우리의 마음도 항상 들여다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서로의 복을 빌어주고 하느님과 조상들에게, 그리고 가족과 일가 친척과 지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를 올리는 이 날, 영적으로 늘 깨어 있으려는 마음주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을 준비하는 마음을 우리가 가지고 있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낸다면, 2025년은 분명 우리에게 새로운 축복과 은총의 해가 될 것이다. 

     
주님께서 주신 또 한번의 새로운 시작의 기회라고 설날을 자리매김하면서, 우리들 모두가 주님 안에서주님과 함께 기쁨 가득한 한 해를 살아가기를 바란다. 의정부교구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이 쓴 « 설에 드리는 기도 » 라는 시를 설 선물로 준비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누면서 강론을 갈음한다. 

<설에 드리는 기도>

새해가 서는 설!/겸손하고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나를 세상에 보내신 당신의 뜻을 이루게 하소서.

지난 날 낡은 허물 말끔히 털어버리고/나날이 새롭게 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하소서.

사리고 삼가야 한다는 설!/항상 깨어 스스로를 살피고/더불어 함께하는 벗들을 보살피게 하소서.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고/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게 하소서./

낯설어서 설!/익숙함에 머물러 웅크리지 않고/새로 만날 모든 이와 모든 것 품게 하소서.

두려움 없이 낯섦과 벗함으로써/온 누리 품을 만큼 나를 키워가게 하소서.

한 살 더 먹는 설!/한 살 더 먹는 만큼/더 사람다울 수 있게 하소서.

사랑하고 섬기고 베풂으로써/참으로 사람이게 하소서.

늙어가니 서러워서 설!/온갖 서러움에 주눅 들지 않고/당당하게 한걸음 내딛게 하소서.

서러움에 짓눌린 벗들에게/따뜻한 위로와 축복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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