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8일 화요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미사 지향

       까치설날이다. 오늘이 가면 내일은 설날이다. 하루 종일 차례상 준비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특별한 일 없는 일상을 보내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내일 설에 오손도손 따뜻하고 포근한 정 많이 나누셔서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보내실 분들도 계실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게 명절을 보내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보내지 못하시는 분들, 특히 사회적 참사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한다.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 사람이 되신 분을 우리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 그분은 화려한 궁전에서 금 탯줄을 두르고 휘황찬란하게 이 세상에 오시지 않았다. 지극한 영광과 찬미를 받으셔야 할 분이 선택한 곳은 냄새 나고, 지저분한 마구간이었다. 그리고 짐승의 밥통 위에다가 당신의 뉘일 자리를 잡으셨다. 세월이 흘러, 그분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갈릴래아로 가셨다. 

      세례를 받으셨을 때에,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하늘에서부터 듣고는, 하늘이 보장해준 신분을 이용해서, 사람들로부터 온갖 숭배도 받을 수도 있고, 힘있고, 돈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예루살렘으로 가셔서, 당신의 뜻을 펼쳐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분은 갈릴래아로 가셨다. 변방으로, 가난하고 서러운 땅,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땅, 예루살렘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던 땅으로 가셨다. 그리고 거기에서 당신의 구원 사업의 첫 삽을 뜨셨다. 예수께서는 당시 가장 힘없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버림받은 갈릴래아를 택하셔서, 거기에서 « 사랑 »을 실천하셨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선택과 그들을 향한 편애,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었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다 보면, 하느님은 자연스레 그를 예수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가 되게끔 해주신다. 그런데,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도 생활 열심히 하고, 주일 미사 꼬박꼬박 참례하며, 교무금 제때 제때 내면서, 가족을 위해서,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묵주알 열심히 굴리면서 살아가면, 그런 사람은 예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특정한 상황이 되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음이 드러난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선택하고, 그들 편에 서는 것, 그들과 함께 고통을 겪는 것은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평소에 기도도 열심히 하고, 주일미사 꼬박꼬박 나가고, 교무금 제 때, 제 때 낸다고 하더라도,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 편에 서지 않는다면, 그들과 함께 고통을 겪지 않는다면, 그는 어떻게 될까? 당신의 어머니와 친척조차도 문전박대하시는 예수님이기에, 그 역시 문전박대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오늘, 설 전날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 일가친척들, 지인들, 벗들을 만나는 기쁨을 기대하면서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 명절의 기쁨에서 소외된 이들, 그들을 잊지 말라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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