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6일 연중 제3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하느님은 사랑을 알리기 위해서, 사랑하는 법을 알려 주기 위해서 사람이 되어 우리에게 오셨다. 그 사랑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것,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하는 것, 주님의 은혜를 선포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저 따신 밥 한술 더 떠먹여 주고, 그저 따신 옷 한 벌 더 입혀 주고, 그저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만이 아니다. 사람으로 나서 온전한 사람으로 살수 있도록 삶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말로만 사랑하자 말하지 말고, 내 손 한번 더 내밀고, 내 발걸음 한번 더 떼어 내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 삶이 바로 사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랑은 때때로 아프고, 눈물 겹고, 때로는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기 십상이고, 세상의 박해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양반과 상놈, 사농공상과 왕후장상의 구별이 법제화되어 있었던 시대에는 평등을 이야기하고, 계급타파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어느 집안 자손이 왕손이니, 혹은 양반집안이니 사회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이런 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권력과 자본에 의해서 계급은 더욱 더 세분화되어서 존재하며, 대를 이어서 세습되기에 이르렀다. 빈익빈 부익부는 마치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되어 버렸고, 권력을 가진 집안에서 권력이 나오는 것, 역시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세상에서 그저 불우한 이웃을 사랑하자느니,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돕자느니 하는 것은 마치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위해 시혜를 베푸는 것과 같은 것이 되어 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사랑은 시혜를 베푸는 것이 결코 아니다. 

     
권리가 철저히 무시되고 그저 시혜만 베풀어지는 상황에서는 약자는 언제나 강자의 횡포에 맞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줄 수단을 잃게 되고, 강자는 약자의 당연한 권리를 마음대로 유린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돌려주는 것도 마치 시혜가 베풀어지는 것인 양 포장될 수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께서는 “오늘”, 특별히 우리의 이웃 안에서, 가장 상처받기 쉬운 모습으로 현존하신다. 나에게 상처받은 사람 안에서 현존하신다. 내가 무시하고, 등을 돌리며, 애써  시선을 다른 곳을 향하게 만들었던  사람들 안에서 현존하신다. 그들을 사랑하는 길, 그 길이 바로 참사랑의 길이다. 

      
참사랑에는 사랑하는 그 대상이 적어도 나와 동등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내가 누리고 있는 권리를 그 사람도 똑같이 누려야 한다는 연대의식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그리스도교가 이야기하는 사랑에는 정의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불의한 일을 당한 사람 또는 당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 사심 없는 호의를 가지고 그의 권리를 찾아주거나 보호해주려는 마음, 남의 고통에 공감해서, 그의 고통을 덜어 주려는 마음, 그 마음을 자신의 몸으로 드러내려는 행위가 바로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 사랑을 실천하는 길,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복음에서 들었던 예수의 사명을 지금 여기에서 실천하는 길이며,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길이다.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다. 교회가 걸어가는 길은 하느님을 향해 가는 길이지만, 그 길은 또한 인간을 향해 가는 길이다. 시혜 차원의 사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생 차원의 사랑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바로 참된 사람의 길이며, 참 사랑의 길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4 2025년 2월 3일 연중 제4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0
343 2025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1
342 2025년 1월 29일 수요일 설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1
341 2025년 1월 28일 화요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0
340 2025년 1월 27일 연중 제3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0
» 2025년 1월 26일 연중 제3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1
338 2025년 1월 24일 금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0
337 2025년 1월 23일 연중 제2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0
336 2025년 1월 22일 연중 제2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2.04 0
335 2025년 1월 21일 화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22 2
334 2025년 1월 20일 연중 제2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22 3
333 2025년 1월 19일 연중 제2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22 0
332 2025년 1월 17일 금요일 김명주 비비안나 장례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22 9
331 2025년 1월 16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22 1
330 2025년 1월 14일 연중 제1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14 6
329 ​​​​​​​2025년 1월 13일 연중 제1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14 2
328 2025년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14 3
327 2025년 1월 10일 공현 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14 0
326 2025년 1월 9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14 3
325 2025년 1월 8일 공현 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5.01.14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