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3일 연중 제2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갈 수 있는 것은 소문을 통해서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소문은 사람을 거치면서 소문의 진상보다 부풀려져 전달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잘되는 세상이라지만, 인터넷보다 더 낫다고 하는 것이 입터넷이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은 통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그 위력이 대단하다.
2천년 전,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들었던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예수 옆으로 모여 들었다. 하지만, 모이는 사람들은 결국 ‘믿음’이라는 큰 산을 만나게 된다. 그 산을 넘어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산 앞에서 주저 앉아 버리는 이들도 있고, 그 산 앞에 잠시 머물렀다가 돌아가 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 산에 들어갔다가 중간 즈음에 머물러 버리는 이들도 있고, 중간 즈음 왔다가 되돌아 가버리는 이들도 있다.
오늘 복음은 유명세를 타게 된 예수님과 그 예수님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하는 군중과의 관계 속에서 예수께서 취하는 행동을 보도한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많은 이들이 사방팔방에서 몰려들었다. 그들 중에는 어중이 떠중이도 있었을 것이고, 참 하느님을 찾고자 하던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밀어닥치는 군중을 피하시려고” 거룻배 한 척을 준비시키는 예수님의 모습은 인기에 대한 당신의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길을 걸어 가는 이들이 주의해야 할 일, 바로 “인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알려준다. 인기란 결코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 되는 물건이다. 어쩌면 거기에 편승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애써 피할 필요도 없는 것이 또한 인기이다. 오늘 복음은 인기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면, ‘거룻배 한 척’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는 인기에 편승하지 않는다. 인기라는 유혹을 온몸을 떨면서 털어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인기는 인기대로 그냥 내버려 둔다. 그리고 자신은 자신이 가야만 하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갈 뿐이다.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몰려든 군중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결국 예수를 떠난다. “도대체 저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저 말씀을 누가 따를 수 있단 말인가”하며 떠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에게서 자기네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물질적인 무언가를 바랬던 이들, 예수에게서 인간적인 위로와 위안만을 바랬던 이들, 소위 물질적, 정신적, 영적 콩고물, 떡고물만을 바랬던 이들은 모두 예수를 떠났다. 예수는 그들의 욕망과 그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문을 듣고 몰려든 군중은 어쩌면 지난날의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 군중 가운데서 예수께서는 열두 사람을 선택하셔서 당신의 제자가 되게 했다.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길을 걸으려고 하고, 하느님의 일을 하려고 눈물겹도록 애쓰는 이들, 그들이야말로 선택 받은 열 두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서 마침내 나는 나 자신에게 물음의 화살을 던져본다. ‘내가 가는 길이 과연 하느님의 길을 걸으려고 하고, 하느님의 일을 하려고 하는 길, 예수께서 선택하신 그 열 둘이 걸어갔던 길인가? 아니면, 인기몰이와 소위 어장관리를 위해 그저 남들 눈에 보여주는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오늘 복음은 이렇게 내 안으로 들어와서 나를 쥐어 흔드는 물음을 던지며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