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명 | 국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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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일자 | 2017.05.05 11면 |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6> 대통령 선거
투표는 손 끝에서 시작해 삶으로 끝마쳐야 한다
온 나라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수많은 의제를 쏟아내고 있는 요즘이다. 후보들은 자신이 세상을 바꿀 적임자라 외치고 우리는 몇 차례 계속된 대선 후보 TV 토론회를 비롯하여 신문 기사와 방송 보도를 통해 각 후보의 공약과 지도자로서 됨됨이를 살펴본다.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리안느(안경 쓴 사람)와 마가렛이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볼 당시 모습. 시네마리퍼블릭 제공
안보, 일자리, 복지, 세금, 교육과 같은 프레임을 통해 각 후보를 평가하여 자신의 꿈을 가장 잘 실현해 줄 것 같은, 반대로 자신을 가장 작게 실망하게 할 것 같은 대상을 찾는다. 하지만 대통령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우리 꿈을 자동으로 실현해 주는 구원자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적극적으로 꿈꾸고 있으며 그 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은 그보다 더욱 중요하기에 투표는 손끝으로 시작하여 온 삶으로 끝마쳐야 한다.
천주교회에서 가르치는 하느님 나라는 단순히 사후에 도달하는 나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실현되고 있기에 천주교 신자들은 우리 사회가 하느님 나라를 닮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투신한다. 우리 사회 변두리에서 가장 인권을 침해받을 소지가 많은 사람부터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까지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지금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여러 행위 가운데 하나인 대통령 선거를 하려고 한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이 있는 가톨릭센터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위한 시위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장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머리말에서 언급하였듯이 투표는 손끝으로 시작해 온 삶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1960년대 6000명의 한센병 환자들을 5명의 의료진이 돌보던 시절 20대의 나이로 소록도에 들어가 43년 동안 그들을 돌보던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마리안느와 마가렛'이 개봉했다. 소록도에서 살던 시절 자신들의 선행을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피했던 이들을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마리안느는 오스트리아로 건너간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을 끝내 거절하였고 마가렛은 "그때는 이미 떠났고, 보고 싶지만, 마음속에서 만난다"고 간단하게만 고백하였기에 이들의 직접적인 노출은 영화 속에서조차 제한적이다. 하지만 노구가 되어 더는 부담이 되기 싫다며 "항상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라는 편지를 남긴 채 오스트리아로 돌아가 친척과 함께 또는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세상을 바꾸는 큰 사랑을 영화는 담백하게 전한다. 이들은 우리가 삶으로 끝마쳐야 하는 투표는 어떠해야 하는지 조용히 웅변한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2017년 5월 9일이라는 하루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날부터 시작하는 나날들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가치를 공유하며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지, 그리고 구성원들이 합의하여 어떤 사회 구조를 만들어갈지는 더욱 중요하다. 그 과정 속에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기를 희망한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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