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봉헌 축일(2/2) 강론 – 축성(봉헌)과 축복
주임신부 2025. 2. 2. 덕계성당
오늘 전례를 맞으며, ‘축성(祝聖, Consecratio)’과 ‘축복(祝福, Benedictio)’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제가 몇 번 말씀을 드려도 신자분들께서 헷갈리시기에, 교육적 차원에서 다시금 쉽게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축성’은 그 주인, 즉 사용자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이 주인이 되시어, 그분께서 사용하시기 위해 특별히 선택한 사람이나 사물을 그분께 바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바친다는 의미에서, 축성은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으로서 ‘봉헌’이라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축복’은 그 주인, 즉 사용자가 ‘인간’이 됩니다. 인간이 주인으로서, 소유자가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선택한 사물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기보다는 그 사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하느님의 복을 청하는 것입니다. 축복은 비슷한 의미의 다른 옛 표현으로서 ‘방사(放赦)’라 했고, 이 방사는 사물 자체에 삿된 것을 물리침 또는 죄를 용서하여 놓아 준다는 뜻이 됩니다.
이제, 오늘 우리가 행하는 전례와 관련하여 이를 이해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은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게 됨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이제 예수님은 하느님이 주인이 되시어 그분께 속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주님 축성 축일’, 달리 말해 ‘주님 봉헌 축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모든 수도자들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수도자들은 자신의 삶 모두를 하느님께 봉헌하여 하느님께 속하는 이들로서, 그런 의미에서 오늘을 ‘봉헌 생활의 날’ 또는 ‘축성 생활(Vita Consecrata)의 날’로 칭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오늘 교중 미사에서 전례를 시작하며 우리가 성당이나 가정에서 일 년 동안 사용하게 될 초들을 축복하게 됩니다. 초는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니, ‘축성’이 아닌 ‘축복’이라 표현합니다.
그리고 또, 우리 공동체는 오늘 한 달의 첫 주일을 맞으며 교중 미사 때에 관례대로 성수 예식을 거행하게 되는데, 이때 물을 축복합니다. 거룩한 물, 즉 성수(聖水)는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니, ‘축성’이 아닌 ‘축복’이라 표현하게 되겠습니다.
좀 더 말씀드리자면, 성전을 지어서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은 이제부터 하느님이 주인이신 공간이 되는 것이니 ‘성전 축성’ 또는 ‘성전 봉헌’이라 하겠고, 어느 젊은이가 성품성사를 통해 사제가 되어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도 이제부터 그 주인은 하느님이 되시니 ‘축성’ 또는 ‘봉헌’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사용하는 거룩한 기름, 즉 성유(聖油)는 세 종류가 있는데, 예비신자 성유와 병자 성유는 인간(사제)이 사용하니 ‘축복’이라 칭하고, 축성(크리스마) 성유는 하느님께서 친히 사용하시는 것으로서 ‘축성’이라 칭합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사물들, 즉 집, 건물, 차량, 십자가나 묵주 등의 다양한 성물(聖物)들에 대해서는 ‘축성’이 아닌 ‘축복’이란 표현이 맞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일 어떤 이가 귀한 차량을 사서 축성을 청한다면, 그 새 차량을 자신이 사용하지 않고 하느님, 즉 교회 측에 봉헌하겠다는 말이 되니, 그 표현에 있어서 신중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 ‘축성(봉헌)’과 ‘축복’에 관한 설명이 잘 이해되셨길 바랍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를 위한 축복의 삶이 지속되길 바라고, 나아가 바라건대, 하느님께로 향한 축성, 즉 봉헌의 삶으로 나아가길 희망해 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