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55호 2025. 2. 2 
글쓴이 장훈철 신부 

참된 봉헌은 자기비움 입니다.

 
장훈철 바오로 신부
전하성당 주임

 
   오늘은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지 40일째 되는 날로써 아기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된 것을 기념하는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지금껏 많은 신자분과 면담을 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받은 질문이 ‘주님께서는 언제쯤 제 기도를 들어 주실 것 같습니까?’라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다음이 ‘주님께서는 제 기도만 들어 주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 일정 부분 이해가 되는 면도 있기는 합니다. 특히 삶의 역경을 겪고 있거나 병고의 아픔이 닥쳐왔을 때면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여겨지기에 그 마음을 이해해 주려 하고, 함께 아파하며 기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 주님께 대한 좀 더 굳건한 믿음과 확고한 의탁이 부족하고 주님의 사랑과 자비로우심을 기다리는 인내가 부족함에 못내 아쉬울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자칫 잘못하면 청원기도나 예물 봉헌을 하는 것이 자기만족이나 자기보상 혹은 세속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방편 혹은 수단으로 여기게 되는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간이 그들이 믿는 신에게 바치고 신의 마음에 들어 그에게 어떤 혜택을 준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청원과 봉헌에 대한 잘못된 이해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봉헌을 통하여 인간이 하느님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우리 인간이 변화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청원기도나 봉헌은 나의 능력으로 하느님을 움직여 원의를 얻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따르겠다는 겸손된 기도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봉헌에 따른 원의의 실현은 내가 원하는 때가 아니라 주님께서 허락하신 그때를 믿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이를 확실히 말해 주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을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기다려온 시메온 예언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주님께서 하신 약속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믿어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정성 어린 봉헌의 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봉헌이 손해 보는 것 같이 느껴지고 바보처럼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참된 봉헌은 자기만족과 성취를 이루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희생이며 자기를 내어줌으로 이미 주님께 받은 것을 되돌려 드리는 비움임을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대에 쓰일 초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정성된 봉헌을 통하여 세상의 빛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 모두 자신을 녹이며 세상의 빛으로 타올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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