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오늘 복음은 두 가지 첫 시작에 대해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첫째는 루카 복음서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를 들려주고 있으며, 둘째는 예수님의 공적 활동의 첫 시작에 대해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특별히 루카 복음서의 첫 문장은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복음서를 저술한 사람이 이 복음서를 왜, 어떻게 저술하게 되었는지를 밝혀 줍니다. 이 말씀으로 우리는 복음서가 어떤 책인지, 예수님의 말씀이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지고 또 어떻게 우리 안에서 살아 있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루카 복음서의 첫 구절은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는 작업에 대해서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이란,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누구로부터 받아서 썼는지도 밝히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 하고 복음사가는 밝히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의 목격자들은 바로 예수님의 제자이자 사도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복음서는 사도들이 예수님과 함께 지내며 배웠던 가르침,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직접 듣고 본 목격자들의 증언입니다. 그리고 그 증언 안에, 복음서 안에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과 행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묵상해야 할 점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은 일회성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늘 화답송에서 우리가 주님, 당신 말씀은 영이며 생명이시옵니다하고 노래했듯이, 예수님의 말씀은 그 때 거기서 말씀하심으로써 종결되는 것이 아니고, 그 말씀이 기록된 문자 안에 굳어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 말씀 자체가 바로 영이며 생명입니다. 예수님 말씀은 살아있는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은 그 때 거기서 종결되지 않고,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예수님 치유의 기적은 성경을 읽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실현되고, 예수님 사랑의 말씀은 그 말씀을 듣는 이에게서도 이루어집니다. 성경의 말씀은 그냥 글자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읽는 사람과 더불어 자라납니다. 성경을 읽으면 읽는 사람의 영이 성장하게 되고, 읽는 사람의 영이 성장하면 성경 말씀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사건이 됩니다. 하느님 말씀은 영이시고 살아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의 두번째 부분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시고 나서,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의 말씀이 글자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듣는 사람들 가운데서 실현된다는 말씀입니다. 마찬가지로 바오로 사도 역시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 17)하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음에서 믿음이 오고, 믿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으면, 그 말씀이 살아서 우리에게 실현됩니다. 그리스도교 2000년의 역사가, 수많은 성인들의 삶과 죽음이 이를 증언합니다. 하느님 말씀은 영이시며 생명입니다.

오늘 우리가 성경 안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이 우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크신 은총과 평화가 우리 가운데에서 우리 각자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함께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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