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0일 연중 제2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고대 중동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포도주를 빚고 나면, 새 포도주를 염소 가죽의 가장 자리를 기워 방수가 되게 한 가죽부대 자루에 보관했다. 새 술은 아직 발효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발효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러면 포도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가죽부대는 팽팽해진다. 헌 가죽부대는 이미 여러 번 사용했기 때문에 늘어날 대로 늘어나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새 포도주를 헌 가죽부대에 담게 되면 그 헌 가죽부대는 결국은 터지고 만다. 가죽부대가 터지면 안에 있던 포도주는 쏟아져 버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했다. 부득이 하게 헌 가죽부대를 사용하려면 이미 발효가 다 끝난 오래된 낡은 포도주나 담을 수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 중에는 지나간 것을 유지하고 붙잡아 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과거지향적인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거나 창조적인 일은 하지 못한다. 언제나 뒷북이나 치고 다닌다. 옛 것을 무조건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옛 것이 익숙해서 편하기 때문이고, 습관화 되었기 때문에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옛날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굳어지고 심해지면 옛 것에만 매인 사람, 과거에 매여서 무조건 새것을 배타적으로 대하려 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 우리의 전통을 버릴 수가 있느냐 하면서 똥고집만 부리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로부터 « 꼰대 », « 꼴통 », « 틀딱 »이라는 소리밖에 듣지 못한다.
루카복음에는 «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씀 다음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덧붙여져 있다 : « 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런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루카 5,39). 묵은 것, 낡은 것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은 그것만이 좋다고 한다. 이 똥고집이 결국은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게 한다.
바리사이들, 율법학자들, 사두가이들, 그들은 살아 있는 하느님의 말씀, 강생한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보다는 율법과 전통을 더 소중히 여기면서 율법과 전통을 위해서라면 생명까지도 바칠 태세를 하며 무조건 과거의 것만을 고수하려고 했다. 결국 그들은 낡은 가죽부대를 지키려다가 새 술과 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는 죄, 살인殺人을 넘어서서 살신殺神의 대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성당이나 예배당은 나오고 싶고, 예수 믿는다고 하면서도, 세상 것은 버리기 싫고 예수의 은총을 받기는 원하면서도 자신의 고집은 버리기 싫어하며, 이것도 섬기고 저것도 섬기는 두 주인을 섬기는 종과 같은 그리스도인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예수 따르기, 예수 닮기, 참 쉽지 않은 길이다. 어떤 때에는 내가 일생 동안 옳다고 여기며 살아온 것도 단숨에 버리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어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