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7일 금요일 김명주 비비안나 장례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2006년 4월 17일, 부활절 다음날이었다. 나는 그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 당시 프랑스 빠리에서 유학 중이었던 나는 비슷한 시절 유학 왔던 대구교구 신부님 한 분과 춘천교구 신부 한 분과 함께 함께 렌트카를 빌려 프랑스 북부에 있는 에트르타를 향하고 있었다. 오전 11시경, 한국시간으로는 오후 6시경이었다. 핸드폰으로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할머니 목소리였지만, 고속도로 상이라서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를 못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엠마오 간다고 들떠 있었는데, 어머니의 선종 소식을 듣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부리나케 빠리로 돌아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11시간 걸려 4월 18일 인천공항에 오전 9시경, 도착했지만, 고향인 밀양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곧장 갔다. 그런데 밀양으로 가는 기차표를 구할 수가 없어서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 그리고 대전역에서 다시 밀양역으로 가는 기차표를 구해야 했다. 오후 5시경에 밀양역에 도착했고, 곧바로 어머니 빈소가 있던 밀양성당 장례식장을 찾았다. 유학 간 아들 신부 때문에 5일장을 치뤘다. 그리고 어머니 장례미사 고별식 때에 어머니 장례미사 주례를 해주셨던 전 교구장 황철수 주교님과 동기, 선후배 신부님들, 그리고 밀양성당 교우분들과 새사제로 부산가야성당 보좌신부로 1년 있었던 인연으로 어머니 장례미사에 함께 해주셨던 가야성당 신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어머니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엄마, 엄마 인생은 늘 기다림의 연속이었네. 엄마가 아버지와 결혼하고 내가 태어나기를 기다렸고, 내가 태어나고 3년 뒤에 동생 균희가 태어나기를 기다렸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엔 수업 마치기만 기다렸고, 내가 신학교 갔을 때엔 방학만 되기를 기다렸고, 내가 신부가 되었을 때엔 월요일만 기다렸지. 아들놈이 유학 간다니까, 심장에 넣은 피스 메이커 때문에 비행기도 못 타니까, 얼른 공부 마치고 아들 신부가 한국으로 돌아오기만 기다렸지. 엄마는 늘 기다림에 익숙해지려고 참 많이도 연습을 했구나. 이제 엄마는 하늘나라에서 우리 가족들 기다리겠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다시 만날 테니까, 그때까지 주님이랑 성모님이랑 성인성녀들이랑 재미있게 지내면서 기다려줘.’

       장례미사 강론 때에는 추도사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장례미사 강론에는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부활에 대한 희망을 반드시 말해야 한다고 가톨릭 교회는 가르친다. 나는 어머니의 장례미사 때에 신부인 아들로서 어머니와의 만남에 대한 희망과 영생에 대한 신앙을 고백한 셈이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비비안나 자매님의 장례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유가족들에게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만남이다. 어머니를 하느님께로 다시 돌려 보내야 하는 이별의 순간에, 비비안나 할머니의 아드님 토마스 형제님께 19년 전 내가 겪었던 나의 어머니의 장례미사 때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토마스 형제님도 머지 않은 미래에 하늘에서 어머니와 다시 만날 것을 희망하는 신앙인이기에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믿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96년의 지상의 삶에 이제 마침표를 찍고, 하느님과 함께 영생을 시작하는 비비안나 자매님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안한 안식을 누리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하자. 그리고 비비안나 자매님과 이제 지상에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유가족들에게 오직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위로와 위안의 은총이 내리시기를 기도하자. 분명 우리들의 이 간절한 기도를 하느님께서는 들어주시고 빙긋이 미소 지으시며 그렇게 해주겠다 하실 것이다. 

       주님 비비안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비비안나에게 비추소서. 비비안나와 죽은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안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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