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6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과학과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한다. 너도 나도 상처 받은 사람들이고, 너도 나도 아픈 사람들 투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시대에는 힐링이라는 말이 대세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너도 나도 힐링을 원하니까, 힐링해주는 곳이 돈 버는 시장이 되어 버렸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중이 떠중이들도 힐링해준답시고, 힐링시장에 달려 들어서, 이제는 힐링 찾다가 킬링되는 세상이 되어 간다. 

       
이러한 시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오늘 복음을 묵상해 본다. 오늘 복음을 보면, 나병환자를 고쳐주신 예수께서 그 병자에게 «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라고 엄하게 명령하신다. 하지만, 나병을 앓았던 그 사람은 «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한다. « 그리하여 예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 곳에 머무르셨다 »라고 오늘 복음은 증언한다. 

         
마르코 복음서를 가만히 읽어보면, 예수께서는 마귀들에게는 입도 뻥긋 못하게 하셨고, 병자들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분부하실 때가 많았다는 대목들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면, 마르코 복음 7장에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 에파타, 곧 열려라 »라고 말씀하시면서 치유해주신 후에도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 더 널리 알렸다 »고 전한다(마르7, 31-37). 마르코 복음 9장에 나오는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에서도 예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마르 9,9참조).

        
예수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은 십자가의 수난을 앞두고 제자들의 오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병자들에게 병이 치유된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은 예수를 병이나 고치는 기적가로 오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예수를 떠돌이 약장수나 돌팔이 의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오신 분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 하느님 나라가 왔다 », 곧 저 멀리 하늘에만 계시는 것처럼 여겨졌던 그 하느님이 실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복음을 전하고, 당신 스스로 복음이 되기 위해서 오신 분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이 진리를 드러내 보이는 징표가 되는 것이 바로 치유의 기적들이었다. 그래서 요한 복음에서는 치유의 기적들을 하나같이 « 표징 »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표현한다. 예수께서 보여주셨던 기적들은 하느님께서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드러내 보여주는 표징들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은 그저 아픈 사람 치유해 주려고, 병든 사람 낫게 해주려고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다. 힐링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리는 표징일 뿐, 힐링 자체가 예수님의 목적이 아니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프거나, 그 고통을 치유 받으면, 그 자체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해진 몸으로, 건강해진 마음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 무얼 해야 하는가? 바로 예수께서 당신의 삶 전체를 통해 보여 주셨듯이, 하느님의 일을 실천해야 한다. 

       
콩고물이나 복 덩어리나 마음의 평안은 예수의 일, 하느님의 일을 하다 보면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힐링 또한 마찬가지다. 힐링만 찾다가 킬링 되는 세상, 참된 힐링은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온다는 진리를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나에게 오늘 복음은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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