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3일 연중 제1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께서 전해준 복음은 « 때가 찼다. 하느님 나라가 왔다. 이 복음을 믿고, 회개하라 »였다. 이 복음이 현실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회개다. 하느님이 세상을 위해 결정을 내려 세상에서 하느님의 통치를 결정적으로 행사하시기를 원하신다면, 인간도 결심을 하고하느님의 오심에 상응하여 행동해야 하는데, 이 행동이 바로 회개다. 그러면, 회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 

     
회개는 그저 자기의 과거를 샅샅이 뒤져 죄를 찾아내고 그것을 아파하는 자학自虐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회개는 과거를 돌아보고 부르짖는절망의  탓이오’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은 뒤를 돌아보고 살도록 사람을 만들지 않으셨다. 귀 등 우리의 감각 기관들이 모두 앞을 향해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뒤는 잠시만 돌아보라는 것 아니겠는가? 회개는 자기 과거를 잠시 뒤돌아보고, 하느님의 미래를 향해 자기의 궤도를 수정하는 작업이다. 

     
회개는 또한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스도 신앙은 대단한 고행을 요구하지도 않고우리의 이기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도 않는다.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의 삶을 따라 살기를 바랄 뿐이다. 예수의 삶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는 삶을 보여준 성사聖事였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성사라면,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신다는 이 보이지 않는 진리를 볼 수 있게 한 총체적인 삶이, 총체적인 몸뚱아리가 바로 예수였던 것이다. 그분의 지상에서의 삶은 사랑의 삶이었다. 지독하게 아프지만, 기쁜 사랑이었다. 

    
사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픈 것이다.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이 무어 그리 행복하겠는가? 속만 썩일 뿐일지도 모른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겠는가? 그러나 그 자녀들이 아주 가끔씩, 아빠 사랑해엄마 사랑해아빠 고마워엄마 고마워 라고 해줄 때, 그 자녀들을 향한 사랑은 아프지만 기쁨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내 삶을 이리저리 재단하려 하고, 내 꿈보다는 자신들의 꿈을 더 강요하다시피 하는 부모가 결국은 자기 잘 되라고 하는 사랑의 잘못된 표현임을 자녀들이 깨닫게 될 때, 그리고 바로 그 때, 엄마가 미안해아빠가 미안해’ 라고 해줄 때, 그 자녀들의 부모들을 향한 사랑은 아프지만 기쁨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우리들의 몸뚱아리로 온전히 드러내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다름아닌 회개다. 과거에 지은 잘못과 죄들에 대해서 자각하고, 그것들에 용서를 빌면서 동시에, 다시는 그런 일들을 범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이 인간관계, 신과의 관계를 형성하려고 손을 내밀고, 발을 뻗고, 몸을 앞으로 내어 던지는 행위가 바로 회개인 것이다. 

       
2025년 연중 제1주간 첫 평일인 오늘부터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참 삶의 방향과 길을 열어주시면서, 우리들을 참 삶의 기쁨으로 인도하고 계신다. 이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삶,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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