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하느님의 아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신 예수께서는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셨다. 그런데, 요한의 세례는 죄에 대한 용서를 받는 세례였다. 지극히 거룩하신 분이, 지극한 흠숭과 찬미와 찬양을 받으셔야 할 분이 모든 것을 다 버리시고, 사람이 되어 오셔서 죄 짓는 사람들이 받는 세례까지 받으셨다. 

        
죄 없으신 분이 죄에 대한 용서를 하게 해주는 세례를 받으셨다는 것은 당신 자신이 다른 모든 죄인들과 똑같고평범한 인간 모두와 하나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일상에 허덕이는 우리의 현실 그 안에, 사는 것 자체가 어쩌면 죄인 이 세상 안에, 모든 죄의 상황 그 안에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알려 주는 사건이 바로 세례 사건이다. 

        
우리는 하느님을 거룩하신 분이라고 고백한다. 미사 중에도 « 거룩하시도다 »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하느님을 찬양한다. 거룩하다는 것은 세상의 것과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그분의 거룩함을 저 위에 있는 것, 저 높은 곳에 있는 것, 인간이 근접할 수 없는 것,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것, 그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는 것, 공포와 무서움을 주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성경 전체가 증언하는 그분의 거룩함은 그런 거룩함이 아니다. 그분이 다르다는 것은드높으신 분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신비로운 분모든 실존과 생명의 궁극기초이고 초월적인 하느님이시지만, 저 위에 홀로 계시지 않고 인간의 비극과 인간의 비참함으로 내려오셔서, 세례를 통해 그 비극과 비참함 속에서 당신을 느낄 수 있게 하시는 데서 밝혀진다. 

         
« 나는 내 백성이 에집트에서 고생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억압을 받으며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나 이제 내려가서 그들을 에집트인들의 손아귀에서 빼내리라 ». 모세가 증언하는 거룩한 하느님은 속된 인간을 편드시는 하느님이셨다. 정의를 갈구하는 억울한 사람을 옹호하시고, 버림받은 고아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시며 가난한 이들을 힘센 자들의 착취에서 보호하시고소외 받는 이들을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포용하시는 분이셨다. 예수께서는 그 거룩하신 하느님이 이런 분이시라고 천명하셨다 « 내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는 분이오 ». 

       
하느님은 거룩하신 분, 그야말로 이 세상과 분명 다른 분이시다. 인간 군상들 가운데 어느 누가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똑같은 애정으로 대할 수 있을까? 자기가 선하지 못하다 해도 악한 사건을, 악한 사람을 보면 분노하고 단죄하는 게 인간이다. 또 많은 이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기 이전 그의 능력이나 덕행을 가지고 사람을 따지고 판단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 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버리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주님의 세례 사건은 하느님의 겸손을 드러내는 사건이요, 하느님의 자기 비움을 드러내는 사건이며, 하느님의 사랑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닮아보려 우리가 받은 것이 세례다. 세례 받은 우리들의 사명은 우리의 몸뚱아리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통해, 겸손한 하느님, 자기를 비우시는 하느님,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이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어려운 신학용어로, 우리가 하느님의 성사聖事가 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사명인 것이다. 그 사명에 충실하겠노라고 다짐하며나는 이제 오늘을 끝으로 내일부터 시작되는 연중시기를 힘차게 시작하고 싶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다짐을 하면서 2025년 연중시기를 시작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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