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0일 공현 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 시대 당시 나병이 걸린 사람은 동네 밖에서 살아야 했다. 절대로 마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안으로 들어왔다가는 사람들로부터 돌에 맞아 죽거나, 몽둥이로 맞아 죽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병에 걸린 사람은 마을 안으로 들어왔고 예수께로 다가가기까지 했다. 목숨을 걸었다. 매일 썩어 문드러져 가는 자신의 몸뚱이도 환멸스러웠지만, 그런 자신을 개 돼지보다 못한 짐승 아니 괴물로 취급하던 세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그 삶의 자리에서, 그 병자는 죽기 살기로 예수를 찾아 갔다. 병자들을 고쳐 주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손을 덥석 잡아주며 다시 살라고 일으켜 세워주시는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듣고는, 죽으려고 간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갔다. 하루라도, 아니 한 순간이라도 좋으니,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어서, 죽을 각오를 하고 마을로 들어 갔다. 그는 예수를 보자 마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리고 죽기를 각오하고 외쳤다. «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

     
예수 시대 당시, 나병에 걸린 사람은 천벌을 받은 사람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나병에 걸린 사람과는 얼굴도 마주해서는 안되었다. 인사도, 대화도 금지되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손을 내미셨다. 그의 썩어 문드러져 가는 몸에 손도 대셨다. 예수님의 이러한 동작들은 돌에 맞아도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느님께서 주셨다고 여겨졌던 율법을 어긴 행위, 바로 신성모독이었기 때문이다. 손을 대시고는 «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시오 »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병환자를 치유해 주셨다. 목숨을 걸고 다가왔던 나병환자에게 목숨으로 응답하셨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 사람이 되신 하느님은 율법보다도 더 위에 계시는 분, 부정한 것을 정결케 하시는 분,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고자 하는 생명을 살려 주시는 분임을 증언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나에게 예수님은 누구인가? 내 삶을 좀더 풍성하게 해주는 액세서리인가? 아니면, 정녕 내 삶의 주인이요, 내 생명을 살려주시는 분이신가?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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