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8일 공현 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인간이 하느님을 체험했을 때, 혹은 어떤 초자연적인 일을 경험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자신의 죄와 자신의 나약함에만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은 하느님이 바라는 일이 아니다. 성경에서도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에게 여러 차례 그러지 말라고 하는 대목들이 나온다.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예고하기 위해서 즈가리야에게 나타났을 때에도, 가브리엘은 « 두려워하지 마라 »라는 말을 먼저 했다. 마리아에게 나타났을 때에도, « 두려워하지 마라 »라고 했다. 예수의 탄생을 목격한 목동들에게도 « 두려워하지 마라 »고 했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험난해도, 그까짓 거 한번 해보자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 콱 깨물고 달려들면, 무서울 것이 그리 많지는 않다. 신앙인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험난할 때, 주님을 찾고, 주님을 만나려고 한다면, 두려움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두려울 수도 있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권선징악의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두려울 수도 있다. 

       바람과 파도가 몰아칠 때 배 안에 있었던 제자들은 바람과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 물 위를 걷는 유령 같은 그분 »을 두려워했다. « 용기를 내시오. 나요. 두려워하지 마시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바람과 파도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 나는 유령이 아니라, 여러분의 주님이요, 스승이오. 그러니 두려워하지 » 말라는 말씀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요한 1서의 저자는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고 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낸다고 했다. 두려움은 벌과 관련되기 때문이고, 두려워하는 이는 아직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했다(1요한 4,18). 내가 지었던 죄로 말미암는 두려움을 넘어서야 한다. 

      용서하시는 하느님, 물 위를 걸으면서까지 우리에게로 다가 오시려고 애쓰시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하느님은 천벌을 내리고, 인간을 못살게 굴고, 고통에 일그러진 인간의 얼굴을 즐기시는 분이 아니다. 하느님은 내가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할 때, 나의 과거의 죄들을 하나하나 들추어 내서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분이 아니라, « 용기를 내시오, 나요. 두려워하지 마시오 »라고 나에게 말씀하시며 나의 마음다짐을 더욱 더 강화시켜 주시는 분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나로 하여금 하느님께로 돌아가자고, 그 하느님께로 돌아가 우리들의 예물을 바치자고, 우리들의 몰약과 유향과 황금을 바치자고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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