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2천년 전,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뵈온 사람들이 모두 다 예수님을 두고, 하느님의 아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라는 신앙을 고백하고, 그분을 메시아, 그리스도라고 믿은 것은 아니었다. 예수라는 분을 ‘주님’이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하느님의 아들, 사람이 되신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데에까지 이르지 못했던 사람들은 부지기수였다. 예수께서 직접 뽑으셨던 12제자들마저도 예수께서 수난을 겪고,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하실 때, 모두 다 뿔뿔이 도망쳤다. 더러는 자기들의 본업인 어부로 돌아간 이들도 있었고, 혹시나 사람들에게 붙잡혀 맞아 죽을까 다락방에 숨어 지내던 이들도 있었다.
믿지 않았던 이들이 믿는 이들로 변화되는 데에는 어떤 계기가 필요했다. 그 계기라는 것은 부활과 성령강림이었다. 부활사건을 겪고, 성령 강림사건을 겪으면서, 12사도들을 중심으로 초대교회가 형성되고, 이 초대교회는 드디어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부활이라는 것이 무엇이었길래, 성령강림이라는 것이 무엇이었길래, 믿지 않던 이들이 믿는 이들로 바뀌게 되었을까?
부활은 그저 죽은 이가 다시 벌떡 일어선 것이 아니다. 부활은 일차적으로 예수의 물음, «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 »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었다. 세례 때에 하늘로부터 들려온 말씀, «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이라는 그 말씀을 십자가 상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지키며 죽음을 맞이했던 예수를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부활시키셨다. 부활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선포와 행동들, 예수님의 삶 전체가 궁극적으로 옳다고 인정하셨다. «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라는 피맺힌 절규의 물음에 대한 하느님이 대답이 바로 부활이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게 되면서, 예수처럼 사랑하며 살다가 사랑 때문에 죽음에 처해진다고 할지라도, 예수처럼 죽으면 예수를 따라 부활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예수의 말씀과 행적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던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의 일, 곧 경천애인敬天愛人을 예수의 뒤를 이어 하게 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 밖의 일들이 가능해졌음을 체험하게 된다. 성령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성령체험은 마침내 그들로 하여금 예수 부활의 장소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원주인이었던 무덤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 예수 부활의 장소임을 깨닫게 했다. 그리스도는 제자들을 통하여, 제자들과 함께 제자들 안에서 부활하셨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부활이란 바로 ‘성령에 의한 예수 현존의 확장사건’임을 제자들이 깨닫게 되고, 예수의 일을 이어서 하는 것, 곧 또 하나의 예수로서 세상을 살아 나가는 것이 바로 부활의 삶임을 철저하게 깨닫게 된 것이다. 예수의 삶을 재현하여 살아가는 것만이 참 기쁨이요, 참 생명임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가 들었던 복음이 참 기쁨으로 다가오려면, 우리 역시 예수의 제자들을 따라서 예수의 일을 하며 사는 수 밖에 없다. 우리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온몸으로 가르치고 하늘 나라의 복음, 곧 하느님이 함께 하면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지금까지 겪고 있는 시대의 어려움은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 어두움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이 진리를 선포하며 살아 갈 때, 오늘 우리가 들었던 복음은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참된 기쁨이요, 온몸을 전율케 하는 감동으로 들려올 것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