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수요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미사지향

        새해 아침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은혜로운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여러분의 가족들과 친지들에게도, 나아가 이 나라 이 땅에도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가 충만하기를, 그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고 드러내는 것이 자신의 존재 이유인 교회가 자신의 사명에 더욱 충실하기를 바란다. 

       오늘 미사는 2가지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하고자 한다. 먼저, 엊그제 전북 무안 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추락사고로 생명을 잃은 179명의 희생자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한다. 그리고 더불어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30분에 일어나 이튿날 아침 4시 30분에 해제된 비상계엄으로 말미암아, 온갖 어려움을 겪은 이 땅의 주인인 모든 국민들의 일상의 평화와 진정한 민주제의 회복을 위해 미사를 봉헌한다. 


      오늘은 2025년을 시작하는 새해 첫날이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면서, 세계 평화의 날이다. 방금 들은 복음은 천사에게서 기쁜 소식을 들은 목자들이 그 기쁜 소식을 확인하려고 베틀레헴으로 달려갔다고 전한다. 그리고 베틀레헴 어느 외양간에서 그들은 구유에 눕혀 마리아와 요셉 사이에 놓인 한 아기를 발견한다. 아기 예수는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도 아니요, 알에서 깨어난 것도 아니요, 마리아와 요셉이라는 한 가정 안에서 태어났다. 한 가정의 일원이 되어 그 가정의 중심이 된 것이다. 

     
오늘 1월 1일로 우리는 2025년 새해 첫날을 맞이했고, 전례력으로는 성탄 8일 축제의 마지막 날을 지낸다. 지난 8일 축제 동안 우리는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신비를 되새겼다. 성탄의 신비, 곧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 신비, 그럼으로써, 인간이 하느님처럼 거룩한 존재가 되었다는 이 신비는 우리로 하여금 사람은 사람에게 서로서로 거룩한 존재임을 발견해야 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거룩하게 대해야 한다는 이 신비를 우리 안에서 구현하라고 가르친다. 이 가르침은 우리들 가정에도, 우리들 사이에도 아기 예수께서 새롭게 탄생하셔야 한다는 것, 아기 예수가 나와 너, 우리와 너희 사이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에 다름 아니다. 아기 예수는 다름 아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존재하고 있는 거룩함, 신성함이다. 

      
하지만, 우리들 각자의 가정과 우리들 각자 사이에 탄생하셔야 할 존재는 조그마한 갓난아기이며, 언제든지 무시당해 버릴 수도 있고, 어디서든지 상처 입을 수 있는 거룩함 신성함이다. 우리들 모두가 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보잘것없는 아기다. 우리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하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들의 시선을, 우리들의 얼굴을 다른 데로 돌리고 이 조그마한 갓난아기, 우리의 보호를 늘 필요로 하는 아기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살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아기를 무시하며 살수도 있을 것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 아기가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로 살아 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 

     
사실, 이 아기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느냐에 따라서 이 아기가 우리 가정에, 우리들 각자의 삶에 중심으로서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느냐가 결정된다. 아기 예수를 우리들의 가정으로, 나와 너 사이로, 우리와 너희 사이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가정이 어떤 가정이냐, 우리가 어떤 그리스도인이냐가 판가름 난다. 아기 예수를 우리들 사이에 받아들이는 노력, 곧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는 우리들의 노력에 본보기가 되시는 분이 바로 성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요셉과 마리아다.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아기 예수께서 이루신 그 성가정은 기도하는 가정,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 봉사하는 가정, 그리하여 진정으로 건전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일상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가치와 기준을 두는 삶을 영위하는 가정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는 가정이다. 

    
성가정을 닮은 가정의 가장 큰 특성은 형제애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에, 형제애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지만, 이 형제애는 가정에서부터 가장 먼저 배운다. 가정에서부터 배우게 되는 형제애가 세계평화를 위한 시금석이요, 평화로 가는 길이다. 더불어 마음의 평화, 가정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가정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한 가정의 문제가 그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의 문제이다. 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은 그 가정의 구성원 중의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정의 구성원 전체의 노력뿐 아니라, 그 가족이 속해있는 사회도, 국가도, 세상도 평화와 행복을 이루려는 노력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 노력들은 우리들 신앙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한다. 예수께서는 « 행복합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입니다 » (마태 5,9)라고 하셨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평화를 이루는 일, 세상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일이다.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참으로 많다. 궁핍과 소외와 고립, 그리고 불의에 맞서야 하고, 불평등, 차별, 억압에 맞서야 하며, 환경 파괴에 맞서야 하고, 전쟁 논리에, 안보의 논리에,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경제 개발의 논리와 노동착취의 논리에, 갖은 중상모략의 논리에, 비인간화의 논리에 맞서야 한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 방법도 용인하는 식의 악, 마귀들의 짓거리에도 맞서야 한다. 또한 민주주의에 반하는 반민주 세력, 힘 센 나라에 빌붙어 살아가는 것이 콩고물 팥고물이 더 떨어지고, 자신들의 자리 보존과 자산 확장에 유리하다고 여기는 사대주의 세력, 폭력을 써서라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에 의해 나라가 다스려져야 한다고 믿는 독재와 군주제 지지 세력에도 저항해야 한다. 이 저항과 맞섬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성경 구절이 있다. 어렵다고 느껴질수록, 두렵다고 느껴질수록,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기억하자. 바오로 사도께서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한 대목을 읽어 드리며 오늘 강론을 끝맺겠다 :  

« 
하느님이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 환난입니까 ? 역경입니까 ? 박해입니까 ? 굶주임입니까 ? 헐벗음입니까 ? 위험입니까 ? 칼입니까 ?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 
(로마 8, 31. 35.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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