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 송년감사 및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강론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어제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추락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179명의 희생자들을 위해 잠시 묵념부터 하자. 

        2
024년 12월 31일, 2024년의 마지막 날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영겁의 과거로 떠나간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며, 사랑과 미움이 연속되며, 빛과 어두움이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지나버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지난 한 해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면서, 하느님과 함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갖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모였다. 

       벼라별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그에 따른 혼란과 무질서, 그럼에도 반민주세력, 사대주의 세력, 독재를 그리워하는 세력, 곧 어두움을 쫓아내려는 빛이 있기에, 참된 민주제를 소망하는 이들의 정의로운 외침들이 있기에 이 나라 이 땅 대한민국은 결코 망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결코 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1979년 대통령이 죽었다고, 이제 나라 망했다고, 북한놈들이 쳐들어 와서 전쟁이 날 거라고 울며 불며 통곡했던 이들이 여전히 버젓이 살아 계시니, 2025년에도 대한민국은 건재할 것이다. 

       늘
 새로운  해를 시작할 때에는 꿈도 많고계획도 많았는데이제  끝에 서서 지난  해를 돌아보면 가슴 속에 든든함과 뿌듯함보다는  때에 자리에 제대로  있지 못했던 시간들이  많았던  같아서 가슴 속에 아쉬움이 가득 차는  같다.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한다. 내일이면, 또다시 새로운 해가 떠오를 것을 믿기 때문이다. 너무 부끄러워 모든 것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또 다시 새 출발하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 때문이다. ‘고맙고 감사하게도 하느님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해 주시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한 해의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면서 동시에 천주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도 함께 봉헌하고 있다.
 전례력으로는 성탄 8일 축제의 마지막 날을 지낸다. 지난 8일 축제 동안 우리는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신비를 되새겼다. 성탄의 신비, 곧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 신비, 그럼으로써, 인간이 하느님처럼 거룩한 존재가 되었다는 이 신비는 우리로 하여금 사람은 사람에게 서로서로 거룩한 존재임을 발견해야 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거룩하게 대해야 한다는 이 신비를 우리 안에서 구현하라고 가르친다. 이 가르침은 우리들 가정에도, 우리들 사이에도 아기 예수께서 새롭게 탄생하셔야 한다는 것, 아기 예수가 나와 너, 우리와 너희 사이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 각자의 가정과 우리들 각자 사이에 탄생하셔야 할 존재는 조그마한 갓난아기다. 우리들 모두가 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보잘것없는 아기다. 우리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하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들의 시선을, 우리들의 얼굴을 다른 데로 돌리고 이 조그마한 갓난아기, 우리의 보호를 늘 필요로 하는 아기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살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아기를 무시하며 살수도 있을 것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 아기가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로 살아 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 

      사실, 이 아기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느냐에 따라서 이 아기가 우리 가정에, 우리들 각자의 삶에 중심으로서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느냐가 결정된다. 아기 예수를 우리들의 가정으로, 나와 너 사이로, 우리와 너희 사이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가정이 어떤 가정이냐, 우리가 어떤 그리스도인이냐가 판가름 난다. 아기 예수를 우리들 사이에 받아들이는 노력, 곧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는 우리들의 노력에 본보기가 되시는 분이 바로 성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요셉과 마리아다.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아기 예수께서 이루신 그 성가정은 기도하는 가정,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 봉사하는 가정, 그리하여 진정으로 건전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일상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가치와 기준을 두는 삶을 영위하는 가정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는 가정이다. 

     성가정을 닮은 가정의 가장 큰 특성은 형제애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에, 형제애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지만, 이 형제애는 가정에서부터 가장 먼저 배운다. 가정에서부터 배우게 되는 형제애가 세계평화를 위한 시금석이요, 평화로 가는 길이다. 더불어 마음의 평화, 가정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가정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한 가정의 문제가 그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의 문제이다. 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은 그 가정의 구성원 중의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정의 구성원 전체의 노력뿐 아니라, 그 가족이 속해있는 사회도, 국가도, 세상도 평화와 행복을 이루려는 노력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 노력들은 우리들 신앙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한다. 예수께서는 « 행복합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입니다 » (마태 5,9)라고 하셨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평화를 이루는 일, 세상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일이다.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참으로 많다. 궁핍과 소외와 고립, 그리고 불의에 맞서야 하고, 불평등, 차별, 억압에 맞서야 하며, 환경 파괴에 맞서야 하고, 전쟁 논리에, 안보의 논리에,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경제 개발의 논리와 노동착취의 논리에, 갖은 중상모략의 논리에, 비인간화의 논리에 맞서야 한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 방법도 용인하는 식의 악, 마귀들의 짓거리에도 맞서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기억하자. 어렵다고 느껴질수록, 두렵다고 느껴질수록,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꼭 기억하자 :  « 하느님이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 환난입니까 ? 역경입니까 ? 박해입니까 ? 굶주임입니까 ? 헐벗음입니까 ? 위험입니까 ? 칼입니까 ?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 (로마 8, 31. 35.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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