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0일 월요일 성탄 8일 축제 제6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한 마을의 노인은 그 마을의 도서관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노인이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서 그 나이에 맞는 연륜을 쌓은 분들이 있는가 하면, 허송세월 보내면서 나이만 먹은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는 한나라는 여자 예언자가 등장한다. 한나는 남편과 혼인해서 겨우 일곱 해를 살고는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고 한다. 그녀는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밤낮으로 단식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섬겨왔다고 복음서는 전한다. 예수 시대 당시 여성은 초경이 시작되면 결혼을 해야 했으니, 한나는 14살 정도에 결혼을 하고, 21살 정도 되어서 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63년을 과부로 살아왔을 것이다. 60년을 넘게 과부로 살아왔던 한나, 그 한나에 대해서 복음서는 의롭고 독실한 사람이라고 증언한다. 

   
한나와 시메온은 인류의 구원자이신 아기 예수를 알아보는 영광을 누렸다. 사실 이 두 노인은 주님의 법을 평생 동안 지켰던 사람을 대표한다. 그들은 갑자기 다가올 « 주님의 날 »을 별도로 특별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평생 하느님과 이웃에 대해서 철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았다. 주님께 대한 공경을 항상 새롭게 하고, 개인의 윤리 생활을 올바르게 하며 생명을 귀히 존중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았던 이들이 시메온과 한나라는 두 노인이었다. 

       
시메온과 한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 세상이 어두움 속에 있을 때에,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 줄 평범한 사람, 공동체 안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기가 한 일들에 대해서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주님을 뵙게 되었다. 눈 앞에서 주님의 약속이 실현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구세주를 보았다. 찬란하신 하느님께서 겨우 옹알이를 하는 아기로 나타나신 것이었다. 사람들의 가족으로서 오시고 그 가족과 함께 계시는 분으로 오셨던 것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나이만 많고, 나이에 맞는 연륜과 넓이와 깊이가 없는 사람, 먹고 살기 바빠서 제대로 인생공부도 못했다는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 인생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찾아보려고 제대로 노력 한번 안 했다는 것이고, 주변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제대로 눈길을 돌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김해성당에는 큰 누님들, 큰 형님들이 다른 본당에 비해 참 많이 계신다. 그분들 모두가 우리 김해 성당 관할 구역에서 도서관과도 같은 분들이 되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한나와 시메온과도 같은 분들로 여생을 채워나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런 소망을 품어 보라 권고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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