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마음, 새 각오

가톨릭부산 2025.01.02 10:44 조회 수 : 10

호수 2850호 2025. 1. 5 
글쓴이 원성현 스테파노 
새 마음, 새 각오

 
원성현 스테파노
부곡성당
부산가톨릭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과 교수


 
   지하철 열차 출입문 바로 옆에는 임산부석이, 열차와 열차 연결 부분 옆에는 노약자석이 주로 마련되어 있다.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잡혀가지는 않지만 해당되는 사람이 편하게 앉도록 남겨두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그런데 일반인석에 빈자리가 있는데도 굳이 일반인이 임산부석에, 노약자석에 빈자리가 있는데도 굳이 노인들이 일반인석에 앉아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빈자리가 났을 때 나보다 좀 더 절실하게 자리에 앉는 것이 필요한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정도는 주위를 둘러볼 법도 한데 다짜고짜 앉아버리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나쁜 의도라기보다는 주위를 살피는 것이 몸에 배어있지 않아서 무심코 이루어지는 행동인경우가 대부분이리라 생각한다.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 같은데 가정에서 자녀를 훈육할 때, 일본의 부모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 라고 하고, 미국의 부모는 “남에게 양보하라.”라고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는 “남에게 지지 말라.”라고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경쟁심을 부추긴다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은 악바리 승부 근성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을 이끈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니 어린 자녀 훈육의 기본 철학을 바꿀 때도 되었다. 어렸을 때 배운 것은 평생 몸에 배어 어른이 되어서도 무심코 또는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 삶의 방향과 자세를 되새기면서 산다. 주옥같은 예수님의 말씀 중에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절이 각자 있겠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신부님들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태 22,39, 마르 12,31)라는 말씀을 늘 강조하신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말씀을 잘 이행하고 있는가?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노력이 드는 것으로 생각하여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는 주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랑’은 ‘배려’ 또는 ‘살펴봄’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일상에서 뭔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한 번 정도는 주위를 살펴보고 나서 나의 말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새해가 되면 우리는 늘 운동, 다이어트, 금연, 금주 등 새 마음, 새 각오로 한 해를 시작하곤 한다. 2025년을 시작하는 교우들 모두 마찬가지리라. 새해 첫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지금, 이웃에 대한 사랑의 구체적인 실천을 올해 나와 내 자녀의 새 각오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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