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성가정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은  가정의 구성원 중의  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정의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족이 속해있는 사회도 평화와 행복을 이루려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사실,  가정의 문제는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가족의 가장이 뼈빠지게 돈을 벌어와도 사회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밑 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 없다.  아무리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를 해도고액 과외에다가 단기 쪽집게 선생님들로부터 공부를 사사받은대한민국의 1% 자식들을 따라 잡기는 힘들다. 열심히성실히 노력해도스펙높은 사람들만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사회에서는  열심과  성실이 빛을 바라기 보다는 오히려 무식한 열심무식한 성실이라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다. 

          
나의 삶이  혼자만의 책임이나  혼자만의 탓이 아니라사회가 함께 책임을 지고사회의 탓도 있음을 깨닫고그래서 내가  살려면사회가  살아야 한다는 연대 의식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이루는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고해체의 위기에 있는 가정들에 대해서 공동의 책임을 지는 일의 첫걸음이다.

          
오늘 성가정 축일은 단순히 가정의 모든 구성원들이 세례 받고성당 열심히 다니기를 다짐하면서 맞이하는 축일이 아니다. 나의 가정이 소중하듯이 너의 가정도 소중하고우리 모두의 가정이 소중한 가정이 되려면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성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가정의 구성원들이 세상의 논리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하느님의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성가정은 세상사를 떠나서  닦는 가정들이 아니다. 성가정 역시  세상 한가운데에서 다른 가정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정이다. 그러나 성가정은 상식적인 가정에 머무르지 않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아기가 함께 이룬 성가정은 하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성스러움을 상징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성스러움은 언제나 속된 욕망에 의해 침해를 받아 왔고, 이는 가정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을 이루는 가장 근본단위인 가정이 속된 욕망에 의해 위협을 당할 때에, 그 가정은 위기의 국면을 피할 도리가 없다. 성가정은 이러한 위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가정이 아니다. 이러한 위기를 맞을 때에, 하늘의 뜻을 찾으려고 하고, 하늘의 일을 하려고 하는 가정이 바로 성가정이다. 요셉은 자신의 가정에 위기가 닥쳤을 때에, 인간적인 논리, 세상의 논리를 따르지 않았다. 사람살이를 틈틈이 위협하는 속된 욕망을 제어하고, 삶의 존귀함, 생명의 성스러움을 지키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요셉의 노력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속된 욕망을 제어하는 일, 생명의 성스러움을 지키는 일이 바로 믿음이다. 믿음은 신앙인에게 삶의 실천을 요구한다. 사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다. 

         요즈음 우리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이 나라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과 악의 싸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민주제와 몇몇의 똑똑한 사람들, 힘 센 사람들이 통치하는 게 훨씬 더 유익하다는 군주제 혹은 과두제 간의 대립이 극에 달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 속에서 수많은 가정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너무나도 자주 들려오고 있다. 그들의 죽음을 두고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자살을 택할 수 있는가 라고 그들을 책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들을 그렇게 죽음으로 내몬 이 세상의 냉냉함과 비정함에 우리들 그리스도인은 더 크게 분노해야 한다.

         그러한 가정들에 대한 소식에 눈시울을 적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한 가정들을 두고 손가락질 하는 이들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말도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과 공동체 의식과 공동선에 대한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으로 말미암은 그들 가정의 해체에 대해서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들 가운데 머무르셨다는 것은 우리네 가정들 하나 하나에 머무르셨다는 것이다. 사실,  세상의 모든 가정들은 어린 생명을 품고 안으며 살아가는 하느님의 구유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들 가운데 머무셨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이루는 가정들은 가정의 해체에 대해서 공동의 책임을 지려는 사람들의 가정이다. 

         나는 오늘 성가정 축일에 희망한다. 우리 김해성당의 모든 가정들이 하느님의 구유라는 것을 깨닫기를 희망한다. 우리 김해성당의 모든 가정들의 구성원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하고하느님의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희망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희망은 바로 하느님이 희망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희망하시면안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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